[D+4][Camino Francés D+2] Roncesvalles → Zubiri
[D+2][Camino Frances D+2]
2015-11-16 월요일, 맑음
Roncesvalles → (Espinal) → Zubiri(P. Zaldiko)
21.5 km(누적 47 km)
길 위에서의 둘째날이다.
▲ 까미노 크레덴시알의 뒷면 까미노 프랑스길 지도
우측 상단에서 마을하나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취사가 불가한 이 곳 'Collégiale' 알베르게에서는 전날 미리 오늘의 아침을 예약해두었다.
전 날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는 꽤나 이른 시각인 20시 30분에 잠든 것을 감안하면
꽤나 오랜 시간동안 잠을 잘 수 있었다.
또한 전 날 많은 양은 아니지만 식사와 함께 마신 와인 덕분인지
조금의 추위도 느끼지 못하고 잠을 잘 수가 있었고
딱히 알람을 맞추어두지 않았지만 06시 15분정도에 눈이 떠졌다.
그 시간정도부터 이른 시각에 밖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출발하는 이들이 여럿있었다.
대부분 40km 거리의 Pamplona까지 가려는 사람들이 었는데 미쳤다고 생각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일정을 여유있게 잡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루 밖에 걷지 않은 시점에서도 까미노는 빨리 걷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아 가고 있었다.
최종목적지까지 모두가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빨리 걸어가서 시간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까미노 길 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 어떤 사건과도
멀어지는 것이 분명했으며, 특히 매일같이 어둠이 내린 새벽길을 걷는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며 산등성이 위쪽으로 점점 붉어져 간다.
물론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피레네를 넘은 뒤 두다리는 말할 것도 없고 어깨부터 전신에
근육들은 힘들어하긴 했지만 아직은 하루밖에 걷지 않아서 그런지 누적된 피로가 없긴 했지만
팜플로나까지 가는 것은 단 한번도 고려사항에 포함된 적이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자 초조하긴 했지만 조금 더 침낭 속의 시간을 즐겼다.
07시 정도가 되자 전 날 꽤 늦게 도착한 이탈리안 그룹과, 스페니인 아저씨 둘 그리고
한국인들만 남았고 2층 침대가 가득하고 좁게만 느껴졌던 방은 횡하고 아주 넓게 느껴졌다.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처음봤던 동양인 남자는 알고보니 호주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적당한 무게로 짐을 챙겼지만 출발하기 전 가족이 챙겨준 비상식량들 덕분에
매우 가방이 무거워진 채로 피레네를 넘었고 이 곳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인인 우리들에게
튜브고추장을 남기고는 팜플로나를 향해 이미 떠나고 없었고 그 후로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고추장은 그뿐만 아니라 누구나에게 짐이되었기 때문에
혹시 모를 다음 순례자들을 위해서 알베르게 사무실에 기부하고 말았다.
▲ 가게 문이 열기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느즈막하게 침낭을 개어서 가방에 넣고 짐을 챙겨서 08시에 식사를 위해 알베르게 건물 옆 BAR로 향했다.
5분정도 일찍 갔지만 BAR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8시 정각이 되자 문을 열어줄 때까지
입구 앞에 테이블에 앉아서 행복한 WiFi Zona의 행복을 느꼈다. 별 것이 다 행복해지는 기이한 현상이다.
커피와 빵이 나오는 아침식사인 Desayunos는 어딜가나 비슷하지만 까미노에서는 첫 경험이었다.
▲ 아침식사, 처음에는 별로 맛을 모르겠던 카페콘레체는 까미노를 걸을수록 설탕을 뜸뿍넣어 당을 보충하기에 제격이었다.
메뉴는 잘 구워진 빵 한조각과 버터, 딸기잼 그리고 커피와 오렌지 주스였다.
여유있는 식사시간을 즐기고는 BAR를 나와서 산등성이로 해가 떠오를무렵 길을 출발했다.
▲ 이제 능선위로 태양이 모습을 들어냈다.
▲ 마을을 떠나기 전 지난 밤 묵었던 숙소를 찍다.
인간의 적응력은 참으로 신비로웠다. 바로 전날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고
평지에 가까운 길과 바닥에 돌이 있는 길이 아니라 흙길을 걷자 너무나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알베르게가 있던 곳은 해발고도가 1,000m에 가까운 고지대였기 때문에
간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음을 증명하듯이 바닥에 고여있는 물들은 얼어있었고
온통 서리가 하얗게 내려서 마치 눈내린 겨울 풍경을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 온세상은 눈내린듯 서리로 인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도로 옆으로 나란히 나있는 숲속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작은 마을이 나오고 산티아고를 향하는
까미노 길은 도로와 작별을 고하고 목장이 있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틀어졌다.
▲ 하얗게 변해버린 들판
그저 작은 마을이라 이름조차 알려하지 않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긴 했으나,
길을 걸으며 생각해보니 롱세스바예스에서 약 6km 떨어져 있는 Espinal이라는 마을이었다.
▲ 시골의 작은 마을
불현듯 그 마을을 생각해내게 된 것은 성수기의 경우 알베르가게 만원이 된 경우
이미 지칠 때로 지친 몸을 이끌고 다음 마을까지 더 걸어가서 잠을 자야하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고 숙소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 작은마을이라도 성당은 어딜가나 거대하다.
물론 태양의 나라인 스페인의 성수기는 여름이기 때문에 해가 빨리뜨고 그 뜨거운 태양을
열기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서 새벽같이 출발하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이처럼 약간 무리해서 다음마을까지 걸어간다면 성수기에도 북적이는 것을 피하고
보다 더 여유있게 알베르게에서 묵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파란 하늘과 떠오르는 태양
아무튼 눈내린 듯이 서리꽃이 하얗게 핀 들판을 가로지르는 동안 길 양 옆으로 있는
울타리 안에는 양들과 소들 그리고 말들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평화로워지는 들판
작은 마을을 지날 때 집집마다 기르는 화분의 꽃들,
커다란 개들이 컹컹 짓는 소리와 멀리서도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교회 종소리,
숲 속의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집집마다 소리없이 피어오르는 연기까지 들판과 울창한 숲을 통과하는 동안
이 모든 것들은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 평화로움와 고요함이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내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 그 고요함과 적막감은 속에서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기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 해가 떠오르고 기온이 올라가자 서리맺힌 나무들은 땀흘리듯
반짝이기 시작했고 숲 속에서는 그 물방울들이 마치 비처럼 떨어졌다.
대체로 평탄하지만 약간의 내리막으로 구성된 길이었기 때문에
전 날에 비하면 아주 수월하게 23km 가량을 약 5시간 30여분 정도에 걸쳐서
걷다보니 Zubiri 마을입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타났고 개울 위로 난 돌다리를
건너자 작고 예쁜 마을로 들어섰고 그다지 많이 걷진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다리는 이미 풀리기 직전에 이르러 있었다.
▲ 너무나도 반가운 마을도착을 알리는 표지판
돌다리를 건너며 바로 옆에 열려있던 알베르게 두 곳을 비교하다가
'ZALDIKO'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 알베르게 내부, 수많은 순례자들의 흔적
▲ 누군가가 그려놓은 알베르게와 오스피딸레라 모습
가장 일찍 도착했다고 했다고 생각했지만 스페인 아저씨 2명이 이미 짐을 풀고 쉬고 있었다.
이후 짐을 풀고 씻은 뒤 쉬고있는 동안 이탈리안 그룹에 한명이 추가되어 4명이 도착했다.
사설알베르게라서 가격이 약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알베르게에는 Free WiFi도 있고 시설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빨래를 한 다음 널어두고는 다음 날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 재료를 구매하러 숙소를 나섰다.
큰 마을이 아니라서 건너편 골목에 있는 마켓에 갔는데 Siesta로 인해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약 7분여를 기다려서 16시가 되자 가게를 열었고 이것저것 구매한 뒤 숙소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19시까지 기다렸다가 오피스딸레라가 알려준 BAR로 향했으나
예약을 하지 않아서 인지 가게 문은 굳게 닫혀있고 불도 꺼져있었다.
▲ 불이 켜진 BAR는 있었지만 불행히도 저녁식사는 준비되지 않았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일단 마켓으로 들어섰는데 손님들의 표정을 읽었는지
밝은 성격의 가게주인은 Micro-wave oven용 즉석피자를 추천해주었다.
▲ 시골마을임에도 저렴한 산미겔 맥주 그리고 샐러드
▲ 전자렌지용 피자
그리하여 예상하지 않았지만 저녁식사를 즉석식품류로 하게되면서
식비를 조금 아낄 수 있었던 길 위에서의 둘째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내일은 팜플로나까지 약 21km를 걸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의외로 몸과 마음이 까미노에 빠르게 적응하는 느낌이 들었다.
* Zubiri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P. Zaldiko
10 EU
Cocina ×(microwave-oven only)
Lavadora ○
WiFi ×
Ven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