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Camino Francés D+6] Estella → Los Arcos
[D+8][Camino Francés D+6]
2015-11-20 금요일, 맑음
Estella → Los Arcos(R. Casa de la Abuela)
21 km(누적 135 km)
전날 저녁 까르푸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바게트에
하몽과 치즈를 넣어서 보카디요를 만들어서 아침을 해결했다.
*스페인식 샌드위치 - 보카디요(bocadillo)
커다란 바게트이기 때문에 두 조각으로 잘라서 반만 먹고
반은 점심으로 먹기위해서 배낭속에 챙겨 두었다.
여유있게 커피와 요거트까지 먹었더니 알베르게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 날은 특히 설레이는 날이었다.
말로만 듯던 와인 샘터를 지나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을 나서기 전에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 들어갔다.
카페와 편의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독특한 구조였는데
별다른 고민없이 생수 한병을 샀다. 그 이유는 그 날
통과하게되는 와인 샘터에서 와인을 담기 위한 용도 였다.
마을을 벗어나서 작은 마을들을 통과하며 시골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지 1시간쯤 되었을 때 멀리서
'Bodegas Irache'라는 양조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도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행복이 와인처럼 쏟아졌다.
길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무료 와인 샘터는 순례자들을 위해
매일 500 L를 제공하고 있었다. 비수기라서 그런지 와인은 콸콸 쏟아졌다.
오른쪽 꼭지에서는 물이 나왔고 바닥까지 검붉게 물든 왼쪽에서는
와인이 나왔는데 한 잔을 마신 뒤 빈 생수 병에도 채워넣었다.
그리고 출발하려는데 뒤에서 이탈리아 안토니 커플이 보였다.
신이나서 와인을 마시라고 알려주고는 다시 출발했다.
일반 시중의 와인과 비교하자면 많이 탁하고 색도 어두웠다.
막걸리같은 느낌의 와인이지만 아주 진하고 맛도 매우 좋았다.
이름모를 성당같은 건물이 있는 작은 마을을 통과하자
특색 없는 시골길이 시작되었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에 갈림길이 있었다.
보다 짧지만 높은 산을 넘는 길과
약간은 둘러가지만 완만한 길이었다.
잠시 고민하였지만 완만한 길을 택하였다.
숲으로 난 길이었다.
언덕을 오르다보니 몇일 전부터 보이던
절벽같은 언덕이 옆에 있었다.
저 언덕을 넘을 줄로만 알았는데
넘지는 않고 옆으로 스쳐지나는 것이었다.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신없이 걷다가 나타난 마을이다.
이 곳 벤치에 앉아서 신발을 벗고 잠시 쉬었다.
가끔 나타나는 마을에서 물도 채우고
벤치에서 쉬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마을이 없다거나 벤치가 없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신발을 벗어서 양말을 말려줘야
발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좋았지만 오전이라 땀이 식어가자
쌀쌀하게 느껴졌다. 이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름모를 마을에서 만난 멋진 성당
보고만 있어도 종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걷다가 만난 윈도우XP 바탕화면 같은 풍경이 보였다.
이 때부터 서서히 내 자신도 모르게 산악지대를 벗어나고
메세타 평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쭉 뻗은 길이 나타났다.
비수기라 아주 가끔 그리고 드문드문 순례자가 보였다.
성수기 때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걸어보았다.
끝없이 뻗어있는 길이지만 가끔 직각으로 꺽이는 곳도 있었다.
그 곳에는 여지없이 대각선 가로질러 걸어간
순례자들이 만들어놓은 길도 함께 있었다.
산악지대나 굴곡이 많은 곳을 걸을 때보다 평야지대는 쉽게 피로해졌다.
너무 먼 곳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 평야지대로 들어섰기 때문에 적응이 덜 된 탓이기도 했다
걷고 또 걸어도 마을이나 앉아 쉴만한 벤치가
나타날 기미가 없는 들판을 하염없이 걸었다.
약간 길에서 벗어나서 주저앉아 버렸다.
잠시 쉬며 아침에 만들었던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특별한 재료는 넣지 않았지만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담아온 와인을 한모금 마셔보았다.
그냥 그곳에서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참을 쉬면서 오렌지 껍질로 화살표를 만들어 보았다.
만들고 보니 처음 생각보다 완성도가 뛰어났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서 날려갔을 것이라 생각하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두꺼운 오렌지 껍질은 의외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뒤에서 걸어오던 순례자들을 통해서 나중에 들을 수 있었다.
놀라왔고 그들도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워 했다.
길을 가다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에는
일반적인 와인보다 알이 작은 포도 송이들이 의외로 많이 달려있었다.
수확철이 지났음에도 달려있기에 서리를 해서 먹어봤는데
와인용으리 그런지 떫기만하고 보기보다는 맛이없었다.
나중에 들은 정보로는 길가에 있는 포도나무의 포도는 순례자들을 위해
제공하기도 하고 늦게까지 수확하지 않고 달려 있는 포도들은
달린채로 얼고 녹기를 반복해서 당도가 올라가면
아이스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다고 했다.
먼 거리는 아닌 듯 했지만 서서히 지켜갔고
그 어떤 것보다 반가운 마을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것 앞에서면 세상을 다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마을인 로스 아르코스에서는 두개의 알베르게가 있었는데
가장 먼저 만난 알베르게는 심리적으로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걸어가서 아부엘라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그다지 빠르게 걸은 것도 아니었지만 이후에는
다른 순례자들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순례자 일행들은 로스 아르코스를 통과해서
다음 마을은 토레도 델 리오까지 가버렸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대부분이
로스 아르코스에서 첫번째로 만난 알베르게에서
묵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한가했고 전세 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마친 뒤 기분 좋게 내려와 저녁 식사를 하려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분명히 주방은 존재했지만 할머니는
개인 주방이라며 사용일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미리 물어봤어야 하는데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어이없었지만 주변을 돌아보아도 마땅히 식사를 할만한 곳은 없었다.
그리하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1인당 9 유로를 추가로 내고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스페인 가정식은 의외로 맛이 좋았다.
가장 먼저 나온 바게트는 특별할 것도 없지만 맛있었다.
아마 배가 고팠던 까닭이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나온 계란국에
닭고기가 들어간 것 같은 스프에 바게트를
찍어서 먹었더니 맛은 배가 되었다.
메인 요리를 먹기도 전에 배를 채우고 있었다.
예전 어떤 여행책에서 읽은 내용이 문득 기억이 났다.
메인 요리가 빈약한 곳일 수록 스프가 묽고 양이 많다고 했다.
이미 메인 요리를 먹기도 전에 스프로 배가 채워지자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와인이다.
하우스 와인으로 상표따위는 없다.
나중에 입수한 정보로는 다 마시면 한 병더 주기도 한다고 했다.
드디어 등장한 메인요리 '파바다' 그 이름조차 생소한 파바다는
초리쏘와 고기 그리고 스페인식 순대 등을 콩과 함께 끓여서
매콤한 부대찌개같은 맛이 나는 스페인 전통 음식이었다.
생각보다 맛도 좋았고 한국인 입맛에는 딱 맞았다.
이 때를 계기로 까미노를 걸으며 캔에 든 인스턴트 파바다를
구매해서 종종 먹곤 했었다.
인스턴트 파바다는 데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아주 편했다.
이미 충분하게 배가 부른 상황이었지만, 후식은 빠지지 않았다.
후식으로 등장한 요거트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다음 날은 로그로뇨까지 걸을 계획이었다.
먼길을 가야 했기 때문에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만이 빛을 밝히고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는 깨어있는다 할지라도
별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Los Arcos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R. Casa de la Abuela
10 EU
Cocina ×(스페인 가정식 Dinner 9 EU)
Lavadora ○
WiFi ○
Ven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