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Buen Camino! (2015)

[D+9][Camino Francés D+7] Los Arcos → Logroño

Lomo 2016. 5. 4. 04:32
반응형

[D+9][Camino Francés D+7] 

2015-11-21 토요일, 비온 뒤 갬

Los Arcos → (Torres del Rio) → Logroño(P. Albergue Peregrinos Albas)

28 km(누적 162 km)






잠을 자다가 중간 중간에 잠시 뒤척이는 동안 

비록 온전한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지만 

희미한 기억 속에서 분명하게 빗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결국 6시에 일어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일행들은 어제부터 

비가 내리면 로그로뇨(Logroño)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에 나만 일어난 것이다. 

알람도 울리기 전에 몸이 먼저 시간을 알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상황에서 

버스를 타고 가고싶은 유혹은 정말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경주나 경쟁도 아니며 완주가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까미노이지만 굳이 걸으려 했던 것은 

세상의 끝까지 걸어서 완주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슬부슬 빗소리가 들리는 어두컴한 숙소에서 

침낭을 정리하고 배낭을 싸서 

떠날 채비를 조용하게 끝마쳤다. 

어제 미리 만들어 두었던 

바게트 샌드위를 한 입 물어본다.


비교적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바게트에 햄과 치즈 그리고 토마토까지 

들어가서 맛이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이라 좀처럼 먹기가 힘들었다.

입 속으로 우겨넣고 나머지 반은 

배낭 옆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비가 내리기 때문에 배낭에 방수커버를 씌우고 

맨 뒤 판초 우의를 뒤집어썼다. 

새벽일뿐 아니라 날씨까지 흐려서 손전등도 

가방에서 빼서 손에 들고는 숙소를 나섰다.


어제 걸어온 길을 따라서 출발하려 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서 10여분 가량을 허비하다가 

알베르게 앞까지 다시 찾아왔다. 


알베르게 문 안쪽에는 마을지도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확인하려 했지만 문은 안쪽에서만 

열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갈지 

심각하게 다시 고민을 해보았다. 

하지만 일단은 처음 계획대로 출발하기로 결정하고 

도로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까미노 전체를 통틀어서 이 날만큼 어둡고 

어디인지 알수 없어서 공포스럽던 날이 없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춥고 힘겹고 고독한 레이스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공포는 아주 느렸지만 

분명하게 다가오고만 있었다. 


마을에서는 가로등이 있어서 그나마 환했다. 

마을을 벗어나자 암흑천지로 변해버렸다.

빗줄기는 귓전과 안면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고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춥고 사방은 캄캄했으며 비까지 내리는데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댔다.


낮이라면 태양을 보고 방향을 알 수 있었지만 

해가 뜨지 않은 상태의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도로 표지판을 보고 방향을 잡고 

'비아나(Viana)' 그리고 '로그로뇨'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짐을 조금 덜어두어서 가방은 약간 가벼웠고 

스틱을 빌려서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방은 너무 어두워서 주변을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직선으로 아주 곧게 뻗어있는 도로 옆으로 

비포장도로가 눈에 띄어서 혹시 순례길이 아닐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고는 손전등으로 비춰가며 그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순례길은 아니었다.


아주 먼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는 마을이 있어서 

일단 그곳으로 가보기로 결정하고 정신없이 걸었다. 

똑바로 서서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너무나도 거세게 몰아쳤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넋 나간 사람처럼 

그 곳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 나갔다. 

되돌아가서 버스를 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이미 너무 먼 곳까지 와버렸기에 그럴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걸으면 걸어갈수록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하늘을 조금씩 밝아져 왔고 마을은 아주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마침내 마을에 도착하자 도로가에서 순례길이 표식인 

조개문양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신이 도운 걸까. 나는 누구이고 이곳은 어디인가를 속으로 되뇌며 

걸어 온 길에서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산 솔'이라는 마을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현재위치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물론 USIM카드를 구매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비바람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까미노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었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붕 아래의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짧지만 그야말로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 때는 와인이 별도로 제공 되었기에 

어제 저녁에 마시기 위해 길 위에서 챙겨온 와인은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배낭에 남아있었는데 길도 찾았으니 

자축할 겸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켜 보았다.


춥고 어둡고 길을 한 시간 반 동안 정신없이 걸어오는 동안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했는데 와인을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지고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판초우의를 쓰고 왔으나 옷과 온몸은 비에 젖거나 땀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이정표를 확인해보니 그동안 약 7~8km를 걸어왔음을 알 수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앞에 '토데스 델 리오' 마을이 있는 것을 

그제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와인을 마시자 훈훈한 기운도 돌았다. 

기분 좋게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비가 그쳤기 때문에 우의를 벗어서 가방에 넣은 뒤 

땀이 식기 전에 다시 출발했다.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서 일까 

길을 찾은 지 5분도 되지 않아서 마을에서 나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샘터에서 물을 마시고 물통도 채운 뒤 

마을 중심부로 돌아왔더니 성당 뒤편으로 언덕을 향해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여럿이 다닐 때는 앞서 걸어도 길을 잘 찾았었는데 

혼자 다니니 길이 보이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을을 벗어난 뒤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저 멀리 반가운 뒷모습이 보였다.


이 날 걸으며 처음으로 만난 순례자 이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반가웠다. 

이전부터 몇 번 마주친 미국인 '쉬반'과 

처음 보는 한국인 여성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이 우의를 벗는 동안 간단히 인사라고 

나는 먼저 길을 따라 걸었다. 

하지만 우중충하던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하다가 

다시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벗어버린 판초우의를 입으면서 

다시 만나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었다.


딱히 쉴만한 곳도 없었고 쉬면서 땀이 식으면 한기가 들기 때문에 

쉬지 않고 시간당 거의 5km정도씩 걸어가다가 

만난 꽤나 큰 마을인 '비아나'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약간 언덕진 지형에 있던 마을이라서 마을을 관통하지 않고 

우회하고 싶었지만 또다시 길을 잃을 것이 두려워서 

마을로 들어갔다가 '안토니'를 만날 수 있었다.


까미노 첫날부터 줄곧 같은 알베르게에서 쉬다가 

전날 그와 이탈리아 일행들은 '토레도 델 리오'까지 가서 쉬었기에 

볼 수 없었는데 다시 마주치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로스 아르코스'에서 부터 걸어왔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는 내게 대단하다했고 '로그로뇨'까지는 10km 남았음을 알려주며 힘내라고 했다.

나머지 일행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이야기에 했더니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짧은 탄식과 미소를 보였다. 

그와 그의 애인인 친구가 그 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고 있는 동안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비는 오락가락했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왔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일행 덕분에 로그로뇨에서 이틀간 쉬기로 이미 결정했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도 멀고 힘들었지만 

이틀 동안 쉴 생각에 또다시 힘이 샘솟는 듯 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걸어가며 이미 눅눅하지만 빗물에 의해서 

더욱 젖어가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조금씩 뜯어 먹었다. 

그와 함께 와인도 조금씩 마시며 걸었다. 

알코올의 힘인지 힘도 나고 고통도 줄어들었다.







걷고 또 걷다보니 '나바라'주와 '리오하'주 경계도 통과하고 

앞으로 보이는 언덕 너머로는 '로그로뇨'가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당장에라도 무릎이 꺾여 주저앉을 것만 같이 

힘든 순간 길옆으로 '무지개'가 보인다.

정말 눈물겨운 무지개 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또다시 힘을얻고 로그로뇨로 들어설 수 있었다.







시내로 들어서는 다리를 건너며 만난 스페인 청년은 

나를 보며 이 궂은 날씨에 정말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양손으로 엄지를 추켜세운다.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버스를 타고 먼저 도착한 일행이 있는 알베르게로 찾아가서 

짐을 풀기도 전에 바닥에 한참동안을 주저 앉아있었다. 

조금씩 심리적인 안정을 찾자 그날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마 이 날이 까미노 중에서 가장 기상이 좋지 않았고 

가장 두려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해본다. 


그만큼 더 절실하게 나의 위치와 내 존재에 대해서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려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다.








안정을 찾은 뒤 밖으로 나와보았다.

비는 그치고 구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고

해는 빛나고 있었다.








로그로뇨가 처음보이던 언덕에서도 잘보이던 

로그로뇨 성당 그리고 첨탑이 보인다.







시에스타라서 대부분의 가게들이 영업을 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있는 카페로 들어서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얼었던 몸이 조금은 녹는 것만 같았다.








스페인 국민간식이라는 츄러스는 좀처럼 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노점임에도 시에스타를 칼같이 지켰기 때문에

시에스타가 끝난 뒤 겨우 맛볼 수 있었다.








밤거리로 나왔다.

비바람을 뚫고 27km를 걸은 뒤

더이상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하루에도 몇번이나 시내로 나왔다.

바로 유명한 타파스를 먹기위해서다.















따로 타파스거리라는 명칭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타파스를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거리가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가게마다 맛있어보이는 타파스 1~2개를

와인이나 맥주와 함께 마시며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배는 불러왔다.







* Logroño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P. Albergue Peregrinos Albas

- micro-wave oven only

12 EU

Cocina ×

Lavadora ○

WiFi ○

Vending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