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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1N20 十一月詩
 

출처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부름에 응답했다.
 
창문을 열고는
밤공기를 탐닉하면서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 차가움은 내 깊숙한 폐부까지
찔러 들어왔고 이내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담배 한개피를 물어드는 순간이었다.
문득 별동별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인식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시간이 점점 느려지면서
정지해버리는 것만 같았다.
 
왠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깊이 묻어둔 무언가가
응어리져서 무겁게 누르고 있다.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담배 연기에 생각을 맡겨보았다.
 
밤공기 속에 희뿌옇게 흩어지는 시간들이 보였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지 않는 것은
가슴 속 한 구석에 구멍이 생겨있기 때문이다.
 
올 해 십일월, 겨울의 문턱에서
삼년만에 찾아온 장마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도 무척이나 반가웠다.
 
여기서 장마는 걸리적거리며 불편하면서도
마음 아프지만 끝나지 않고 이어지던 시간들
때로는 어시 빨리 끝나길 바라고
끝난 뒤에는 또다시 기다려지는 사랑이다.
 
다시금 찾아온 장마가 무척 반가웠다.
 
미안하다고 말했던 시간들의 의미가
불현듯 생각나고야 말았다.
그래서 더욱더 미안해진다.
 
가슴 속 깊숙하게
내 스스로는 도저히 풀지못할 결계와 함께
봉인해두었던 기억들.
 
억누르고 있던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폭발해버린 것이다.
 
그 열망은 대단한 것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복잡한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내 책상과 같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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