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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Camino Francés D+14]

2015-11-28 토요일, 맑음

Burgos → (Hornillos del Camino) → Hontanas(M. Alb. Municipal)

31.1 km(누적 322.7 km)


아마 그것은 부르고스(Burgos)를 막 통과할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그 전까지의 일요일은 피레네 산속이거나 

대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크게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바로 ‘도밍고의 저주’라고 내가 이름 붙여 주었다. 

까미노를 걸은 지 거의 두주가 흘러서야 깨달은 사실이 있다. 

스페인에서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쉬거나 

영업을 한다고 해도 매우 짧은 시간동안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때는 부르고스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사실 계획은 부르고스에서 약 15km 뒤에 위치한 곳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부르고스로 들어오려고 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잘 걸어서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목표했던 마을에 도착했다.




때는 한시 반이었는데 그곳에서 쉬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렀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시골마을이었던 

그곳에는 이미 삼십분 전에 마지막 버스가 떠나버린 후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미 22km도 가까이 걸었는데 

다시 15km를 더 걸어가겠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될수록 이동속도는 크게 줄어들었다.





아무튼 천신만고 끝에 오후 늦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반가운 얼굴들도 몇 명 볼 수 있었다. 

까미노 초반부에서 같이 카레를 만들어 먹었던 

한국인 순례자 네 명은 중간에 일정이 틀어지면서 볼 수 없었는데 

그들이 하루를 더 쉬는 바람에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숙소 방명록에서이름만 보던 거제도에서 

온 부부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틀이상 쉬고 다음 날 출발을 계획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부르고스에서 하루를 더 쉴 계획이었다. 





그런데 거의 40km 가까이를 걷고도 

지친 몸을 이끌고 밤거리를 헤맸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이 

욱신대는 다리였지만 희한하게도 걸을 수가 있었다.





저녁 식사로 먹은 음식을 사러 갔다 오며 

도시를 대강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구면을 만난 반가운 마음에 

다음날 바로 출발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걱정되기는 했지만 다음날 그들과 함께 출발했다. 

그들은 모두 이틀 이상 쉬어서 충분히 체력을 충분히 회복한 듯 했다.





하지만 다행히 거제에서 온 부부의 여유 있는 일정 덕분에 

약 20km가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마을까지만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며칠간 무리를 해서 많이 걸은 탓에 

걱정도 많이 되긴 했는데 

신기하게 걸으면 걸어갈수록 통증은 사라져만 갔다.




뒤처지긴 했지만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저 멀리 언덕 아래로 오늘의 목적지 마을이 보였다.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고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힘을 내어서 그곳에 도착했다. 





드디어 쉴 수 있다는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앞서 도착한 한국인 순례자들을 무리들을 만났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사실 까미노를 걷다보면 

날짜 개념이 흐려지고 요일도 그다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날이 주말이었던 것이다. 

주말이 어때서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생존에 바로 직결되는 문제였다.


작은 마을이던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에는 

바도 슈퍼마켓도 모두 닫았고 오직 알베르게만 열려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슈퍼마켓도 있고 바로 장사를 한다는 마을까지 

약 10km를 더 걸어갈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도 한 숨만 나온다.


물론 빵이 조금 남아있어서 대충 끼니를 때울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까지 굶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리도 물론 아프거니와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출발했다. 


나중에 뒤에서 걸어오던 순례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숙소에서 약간의 식재료를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들과 함께 다시 걷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더 이상 한걸음도 더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이 지쳐있었지만 

다시 발걸음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여기까지 밖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면 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더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자 

몸과 마음은 다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10.5km를 더 걸어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한계는 스스로 정한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더 오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직 내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만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걷는 동안은 이런 생각을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몸과 정신은 지쳐있었다. 

단지 도착해서 쉬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걸은 것이다.


그리고 마을의 지대가 약간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수백 m 근처까지도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길이 끝이 있긴 할까 혹시나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들과 함께 고독한 길을 걸었다.


마을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희망들은 나를 시험에 했다. 

결국 그날도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시련은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도착한 마을에도 역시 Mercado는 영업을 하지않았고

단지 알베르게를 관리해주는 Bar만이 있었다.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9 EU를 주고 순례자 메뉴를 시켜먹었지만

가격대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어간다.






바쁜나머지 닭가슴살은 제대로 데워주지 못해서

다시 데워달라고 했고 독점에다가 가격도 비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메인요리가 채 나오기도 전에 닭스프와

바게트로 충분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허기진 순례자들은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비수기라 그런지 원래 알베르게도 문이 닫혀있었고

성당에 딸린 2층에 마련된 그야말로 침대와

화장실(샤워실)만 있는 곳이었다.

다행히 난로가 있었고 12시까지는 활활 타올랐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3일간 거의 100 km를 걸은 것이다.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은 되었지만,

매우 피곤했기 때문에 걱정은 미뤄두고

잠을 청했다.





* Hontanas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M. Albergue Municipal Hontanas

- 비수기라 성당 옆에 딸린

 2층에 작은 방만 운영(온수, 난로)

5 EU

Cocina ×

Lavadora ×

WiFi ×

Ven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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