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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Camino Francés D+17]

2015-12-01 화요일, 안개 후 갬

Población de Campos → (Carrion de los Condes) → Calzadilla de la Cueza(M. Alb. Municipal)

32.4 km(누적 392.8 km)




먼 길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알베르게를 나섰다.

내부의 기온은 물론 낮았지만 마법의 커피술 덕분인지

알베르게를 현관문을 나설 때 만큼은 훈훈하게 느껴졌던

하루밤의 보금자리를 나와서 걷기 시작했다.


마을을 통과하는 동안에는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져있어서

그럭저럭 밝았지만 작은 마을은 금새 끝이났고

겨울 아침 7시에 마을을 벗어나자

그야말로 암흑이나 다름 없었다.


안개까지 덮인 상태라서 뿌옇게 달무리에 갇힌 달이

내비추는 달빛과 손에 든 손전등 불빛만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춥고 어두운 겨울날 손전등을 들고 있자니

아주 오래전 항공기를 점검할 때 사용하던 점검등이 떠올랐다.


열정이 가득하고 패기가 넘쳐흐르던 시간들 그리고

영광과 명예 이후에 안정적인 삶까지 포기한채

선책했던 나의 길에 대해서 수많은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그 길 위에서 만큼은 더없이 평온하게 느껴졌다.


언제가 되었건 그 곳은 꼭 걸어야만 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미쳤기 때문이다. 왠지모를 확신은 그길을

걸으면서 더욱더 확고해져 갔다.


수많은 감각적인 정보와 매체들의 이야기 그리고

직장과 친구, 가족까지 모든 것들을 뒤로한채

가방 하나만 메고 나설 길 위에서 달(月)이 바뀌었다.







그 곳에서의 생활은 간소하다 못해

소박했으며 원초적이기까지 했다.

얼마나 걸을지를 계획하고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챙겨먹고 숙소에 도착하면

싰은 뒤 쉬다 잠들고 잠에서 깨어나면

또다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걷기가 반복되었다.







평화롭다 목해 고요하기까지 했다.

세상사에도 귀를 닫고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관심가질 필요도 없었고 그럴만한 여력도 없었다.

현실도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까미노 위에서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고있는

나에게 현실도피라는 단어는 오히려

역설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작은마을들을 하나둘 지나쳐서

여전히 안개로 뒤덮힌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메세타 평원은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마치 눈내린 듯 모든 것들이 서리로

뒤덮혀서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하늘은 점점

푸르른 색을 되찾아갔고 시야도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멀리서 교회종탑을 비롯한

꽤나 큰 마을이 눈에 들어올 때 쯤

안개는 완전히 걷혀있었다.









만일 메세타 평원위에서 안개가 없었다면

얼마나 고되고 지루한 길이 되었을지를

생각해보았다. 오히려 온세상이

잿빛으로 보이는 안개속에 있었기 때문에

보다 덜 지친채로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도시가 눈에 들어오고도 실제로 도착하기까지는

30분도 넘게 걸렸다. 중심부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한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렇게 그 곳이 멀리서 보일무렵 하늘을

파랗게 물들기 시작했고 이내 안개는 모두 걷히고

맑은 하늘과 뜨거운 태양만이 남아있었다.










그날의 여정 중간에 위치한 큰 마을인

Carrion de los Condes에 도착하고

마땅히 쉴만한 곳이 없어서 제대로 쉬지 못한

몸도 녹이고 재정비를 위해서 Bar로 들어갔다.





스페인식 핫초코인 Cola Cao와 보카디요를

주문했는데 콜라까오는 우유에 코코아 가루만

타주었고 샌드위치 빵은 너무 딱딱했다.







아무튼 그렇게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다시

녹이는 동안 전날 같은 알베르게에서

함께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웠던

순례자들이 속속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때는 몰랐지만, 그들과 꽤 여러날을

같은 일정으로 걷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면서 마을을 나서기 전에

그 날 도착할 마을에 없는 슈퍼마켓에 대비하여

다음날 먹을 식량과 저렴하고 

맛좋아 보이는 와인 한병을 구매했다.


오전과는 달리 완연하게 따뜻하고

흰색과 회색으로 모든 것이 표현되던 세상은

푸르른 파란색과 갈색, 황토색 등 제각각의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오전과는 다른 색감에 의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풍경 덕분에

질리지도 않았고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메세타 지역이라 평평하고

넓디 넓은 대지위에 일자로 놓인 길은

너무도 길게 뻗어있었고 멀기만 했다.


앞길이 얼마정도 밖에 보이지 않던 안갯길과

먼 곳까지도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의 길을

비교해가며 걷고 또 걸으며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멀리서 차한대가 마주오다가 멈춰선 뒤

차량 운전자는 자신이 다음 마을의

알베르게의 오스피딸레로라고 소개하며

그 마을에 묵을 것인지를 물어본뒤 지나쳤다.

아마도 몇명정도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30 km 정도 걸은 지점에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벤치와 햇빛을 가려주는 지붕이 있는

쉼터가 나타났다. 숙소에 도착해서 저녁 때

마시려 했던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포도주 향이 아무 환상적으로 좋았다.

갈증 때문일까 와인은 더없이 맛과 향이 우수했다.










지겹게만 느껴지던 밀밭도 아름답게 

보일지경이었다. 그렇게 와인을 마시며

한참을 쉬고 있었더니 한시간 전쯤에 만났던

오스피딸레로가 되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와인병을 손에 들고 쉬고 있는 나를 보고는

미소를 지은 뒤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원기를 충분히 회복하고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가방이 꽤나 무거웠기 때문에

오래동안 달릴 수는 없었지만 달리기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펄펄 솟아났다.


내가 와인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 여성 순례자에게서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Vino는

Peregrino에게 Gasolina 같은 존재라며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주유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생각하면 해볼 수록 너무도 알맞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맞는 말일 뿐만 아니라 백번이라도 옳게 느껴졌다.


그리고 저녁은 귀찮기도 했고

꽤나 많이 걸었기 때문에 순례자 메뉴를 주문해서 먹었다.

메인 메뉴로 나온 닭요리는 거의 반마리가 나왔고

와인은 한 병 통째로 나오긴 했지만 맛은 정말 별로였다.















싸구려 와인만 마시며 다니기는 했지만,

그 곳에서 식사와 함께 나온 와인은 정말 맛이 없었다.

피같은 술이라고 말하지만, 그 와인은 절반 가까이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가게를 나오자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박혔있었다.

추운 밤길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 금새 잠이 들어버렸다.




* Calzadilla de la Cueza

Mercado ×

Cafe ○(레스토랑과 겸하고 있음

Restaurant ○(순례자 메뉴, 10EU)

ATM ×





M. Albergue Municipal

5 EU(난방이 되지 않아서 매우 추웠음)

Cocina ×(Micro-wave oven only)

Lavadora ○

WiFi ×

Vending ○(간단한 간식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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