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Camino Francés D+3]
2015-11-17 화요일, 맑음
Zubiri → (Larrasoaña) → Pamplona(M. Jésus y Maria)
20.3 km(누적 67 km)
전 날과는 달리 적은 인원이 묵은 사설 알베르게에서 아주 편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꽤나 많은 거리를 걸어온 것만 같지만 여전시 시작지점일 뿐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는 지난 밤에 미리 사둔 소세지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고는
초리쏘와 토마토 그리고 치즈를 햄버거 빵 사이에 집어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7시쯤에 알베르게를 나와서 걷기 시작했다.
▲ 여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작고 아름다운 마을을 나서며 찍은 사진
때는 11월이라 제 아무리 태양의 나라 스페인이라고는 하지만 사방은 어둑했다.
어둠 속으로 걸어나가면서 손전등은 미리 준비해갔지만 어둡긴 해도
온몸이 긴장한 상태라 그런지 불을 켜지 않아도 몇초 지나지 않아서
길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나는 딱히 어둠이 좋아서라기 보다
그냥 자연스러운 새벽을 느끼고 싶어서 불을 밝히지 않고 걸었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어둡긴 하지만 손전등으로 불을 밝히면
그 빛이 너무나 밝아서 손전등 시야 범위는 아주 또렷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외 부분은 더욱더 깜깜해지기 때문에 그냥 모든 것들을 느껴보고 싶었다.
어두우면 어두운대로 입김이 나는 추위로 숲 속길도
폭신한 흙길도 아침이 밝아오는 기분을 말이다.
길도 숲 속길이긴 했지만 돌부리 같은 것도 없고 매우 좋게 느껴졌다.
▲ 전신주 뒤로 붉게 물든 하늘
중간에 잠깐 도로가를 걸으며 공장지대가 나타났는데,
공장인지 발전소인지 모를 현대적인 공장설비는 외딴 숲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사방으로는 가로등이 놓여있었다.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몇일간 걸으며 처음으로
거대한 설비를 보는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 해가 떠오르기 전 붉게 물든 하늘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을 쉬지 않고 도로가를 통과해서
숲길을 걷다보니 해는 떠오르고 있었지만, 나름 골짜기 같은
지역을 통과하는 중이었고 숲이 우거져 빛은 오래도록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땅히 쉴만한 의자나
공터도 나오지 않았고 조금 힘들긴 했지만 멈춰서 쉴정도는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걷다보니 작은 마을과 도로가 나타났다.
▲ 걷다 만난 작은 마을에서 어느 집 마당에 있는 순례자 조각
▲ 정신 없이 걷다가 만난 계곡
순례자를 형상한 조형물도 있었고 허름한 자동판매기 벤딩머신 앞쪽으로
약간의 쉴만한 공터와 벤치가 있었기에 그 곳에서 잠시 쉬었다.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고 그렇지만 딱히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길을 걸을 때만큼 탄산음료가 너무나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1 EU를 넣고 구매한 아주 시원하고 톡쏘는 코카콜라는 그야말로 꿀맛 그이상이었다.
장소가 장소도 보니 들고양이들도 몇마리가 있었는데,
이전부터 먹을 것을 주는 순례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녀석들은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와서 앙탈을 부리곤 했다.
▲ 순례자를 모티브로한 조형물
얼마나 쉬었을까 먼저 출발해서 앞서 가버린 줄 알았던 순례자 무리가 도착했고
그 즈음 충분한 휴식과 땀이 식어 한기가 들 것만 같아서 이내 다시 출발하였다.
그 뒤로는 도로를 따라서 걸어갔는데 다행히 한산한 해서 차들은
많이 지나치지 않았지만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도심지와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 초리쏘와 치즈를 넣어만든 빈약해보이는 샌드위치지만 맛은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토마토
어떤 음식인들 맛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 해가 높이 올라갈수록 날은 따뜻해지고 노출되어 있는 손과 얼굴을 서서히 타기 시작한다.
▲ 팜플로나로 들어가기 전에 만난 중소규모 마을을 지나던 중 AMIGO 알베르게의
오스피딸레로는 순례자들을 모조리 불러들여서 스탬프를 찍어주었는데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오랜시간이라해봐야 3~4일정도지만 시골길을 걸으며 시골풍경만 보다가
도시라고 할만한 지역으로 들어서자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많은 차들 그리고 무엇보다고 시내버스도 눈에 들어왔으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많은 교차로와 건널목 그리고 신호등까지
높은 건물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까미노에서는 처음으로 들어선 것이다.
▲ 뭔가 도시로 들어온듯 하지만 아직은 팜플로나가 아니다.
곧이어 대체로 외길이었던 시골길과는 달리 도심지에서는 길을 찾기가
비교적 어려운 편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좀처럼 노란 화살표는 눈에 띄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자칫 방심하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상이었다.
이미 다 온 것만 같았지만 여전히 한시간 가량을 더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다왔다는 사실에 힘을 내어 도심지를 관통했다.
▲ 워낙 큰 마을이라 마을 경계에서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걸어야 한다.
그 당시에는 처음 대도시에 온 것이라 별다른 느낌이 없었고
오히려 신난다거나 행복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간사하듯이 그 후로는 대도시를 통과하는 것만큼
힘겨웠던 것이 없었던 것만 같다.
그 까닭은 대도시는 먼곳에서부터 대략적인 위치가 보이기 때문에
그 초입에만 들어서도 이미 도착한 것만 같은 기분을 가지고
꽤나 오랜시간동안 먼 거리를 이동해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은 마을은 마을에 도착과 동시에 도착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대도시에서는 처음으로 도심지를 본 순간부터 적어도 2시간정도는 걸어야
숙소로 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체로 1~2개가 열리는 알베르게도
대도시에서는 여러곳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선택을 위한 고민이라던가
길을 찾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 순례자도 익숙한 듯 제법 친근하게 인사해주는 스페인 학생들
아무튼 현대적인 도심을 1시간정도 걸어서 통과하자 정면 언덕을 시작으로
고대의 성처럼 보이는 성채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꽤나 높아보이기도 했고
체력도 거의 바닥난 상황이었기에 그 곳으로만큼은 올라가지 않길 바랬지만,
언제나 그런 희망은 희망일뿐이었다. 길가다 마주친 스페인 남성은 알베르게 정보와
어떤 공원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었는데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런 관심이 고맙기도 했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일본인으로 착각하고
일본인이 관련된 어떠한 장소에 대해서 소개해준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생쯤 되는 학생들과 현장학습을 나온듯한 선생님들도
친절하게 인사를 건냈고 학생들에게는 '부엔 까미노'라고 말하면 된다고 일러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설마 길이 그 언덕 성채를 향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약간을 헤메다가 그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더니 언덕위를 가리키며 길을 알려주었다.
▲ 언덕 위로 올라오니 골목길이 있는 구 도심이 나타났다.
성벽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더니 아래로는 엄청나게 넓은 면적의 지역에 도심지가 자리하고 있었고
언덕 위로도 꽤나 넒은 구도심지가 나타났다. 그리 먼거리를 걸은 것은 아니지만
도심지로 들어오며 다리는 점점 무거워져 갔고 공립알베르게를 찾기도 전에
초입부터 아주 시설이 깔끔하고 약간 가격이 있었지만 식사까지 제공해주는
매우 좋은 조건의 사설알베르게들이 입간판까지 내세우고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 초입부터 시설 좋은 사설 알베르가게의 입간판의 유혹이 시작된다.
▲ 뭔가 도시같은 곳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
하지만 그래도 가격에 부담을 느껴서 일단 공립 알베르게에 먼저 가보고 결정할 생각으로
공립 알베르게로 갔는데 저렴한 가격과 시설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세탁기도 무료라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쉴 시간도 없이 성당으로 향했다.
딱히 종교적인 의미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도착한 대도시에서의 성당을 구경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17시였던가 입장을 마감한다는 이야기와
다음 날을 아침 일찍 떠나게 되면 구경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가보았다.
▲ 알베르게로 가는 도중 발견한 성당
▲ 알베르게에 짐을 풀어놓고 찾은 성당 내부
▲ 내부에서 볼수 있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 내부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복도
성당은 박물관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고 입장료도 있었다. 하지만 순례자 크레덴시알을
보여주고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종교가 카톨릭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나 고된 여정에 몸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 아름다운 석조기둥들과 우물
▲ 박물관 내부에서 찍은 사진
▲ 성당 내부의 식당 용도로 사용했던 화랑
▲ 성당 외부에서 본 모습
▲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하지만 그 후 저녁거리와 다음날 식사를 위한 재료를 사러 갈 때는 성당과는 달리
온몸의 신경세포가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생존을 위한 그리고
배고픔에서 오는 식욕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고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부르게르낑(버커킹)'의 햄버거가 이토록 맛있어 보인 적은 없었다.
▲ 젤라또 가게
네모진 광장 중앙으로는 분수대가 있고 주변으로 늘어선 상점들과 카페들이 즐비해있는
전형적인 팜플로냐 광장을 통과하던 중 젤라또에 이끌려 젤라또 가게로 가서 사먹고
'꼬르떼잉글레스'라는 곳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그냥 대형마트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백화점같은 것이었다. 지하로는 슈퍼마켓이 있고 그 위로는 수많은 상점들
그리고 체인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정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지하에 있는 식료품 코너에서 저녁식사를 위해 장을 보았다.
무엇보다도 인상깊었던 사실은 한국에 비해서 매우 저렴한 가격의 질좋은 스페인 와인들이
지역별로 진열되어 있었고 꽤나 넓은 코너에 수많은 와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었다.
파스타면과 토타모 소스 그리고 샐러드 소스를 포함한 저녁식사 식재료와 다음 날 먹을
샌드위치 재료를 구매해서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밖은 이미 컴컴한 밤이었다.
▲ 까미노에서 처음으로 만든 스파게티 요리
▲ 스파게키와 샐러드 그리고 와인
▲ 뗌플라니요 레드 와인
공립알베르게에는 넓지는 않지만 많은 식기들과 요리도구 등이 구비된 주방이 있었는데
시설이 나쁘지 않았기에 저녁 만찬을 해먹을 수가 있었다. 아라비따 소스에
작은 참치 캔 하나와 양파를 넣은 파스타에 라면스프를 살짝 뿌렸더니 아주 환장적인
맛의 파스타가 외었고 저렴한 가격의 와인과 함께 먹으니 배도 불렀다.
이렇게 잘먹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먹고는 알딸딸한 기운에
소화도 시키기 전에 피곤했는지 기절한 듯이 잠에 들었다.
* Pamplona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M. Jésus y Maria
5 EU
Cocina ○
Lavadora ○
WiFi ○
Ven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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