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Camino Francés D+4]
2015-11-18 수요일, 맑음
Pamplona → (Alto de Perdon) → Puente la Reina(M. Padres Reparadores)
24 km(누적 91 km)
전날과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긴 했지만 일어나자 마자 희미한 불빛아래에서
거의 기계적으로 침낭을 정리하고 짐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배낭을 싸고는
아침식사로 간단하게 커피와 인스턴트 블럭국과 치즈 그리고 크로와상으로
배를 채우고 이동 중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고 보니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 아침 팜플로나 골목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
처음에는 대도시에 도착하면 이틀씩 묶을 계획이었으나,
팜플로나에 도착했을 때는 까미노 초반부이기도 하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기에 바로 출발하게 되었다.
몇일 전부터 도착해 연박을 하던 한국인 무리들은 먼저 출발한 듯 했다.
▲ 순례길임을 알려줌과 동시에 방향을 알려주는 주는 표식
차량이 교행하기 어려울 것만 같이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팜플로냐
구시가지를 통과하며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를 포함하여 여러가지 음식점과
이른 시간이라 개점하지 않은 여러 상점들을 뒤로한채 다시 큰길가와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을 하염없이 걸었다.
▲ 나바라 대학임을 알려주는 표지판
▲ 대학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늘도 걷는다.
도시를 채 빠져나가기 전 아주 커다란 공원을 통과할 때 쯤 저 먼곳에서
태양이 떠오르며 붉은 아침 햇살을 보내오고 있었다.
공원 외곽에 이르자 건물들의 높이가 낮아지고 드문드문해지기 시작했고
꽤나 넓은 고가 도로아래를 통과하자 도심지는 완연히 벗어나 있었고
담벼락도 없이 넓디 넓은 공원같은 공간에 낮은 건물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그곳의 지방대학인 나바라 대학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였다.
▲ 오늘의 해가 어김없이 떠오르고 있다.
▲ 계절을 알려주듯이 붉은 옷을 벗고 있는 나무
대학교를 지나치고 지방도를 따라 걸어가다보니 다시 고속도로 위를 통과하는
다리도 지나고 작은 마을을 통과하자 다시금 시골길이라 할만한 드넓은 들판
사이로 나있는 길을 나왔고 먼 곳으로는 풍력발전기가 능선을 따라 주룩 서있는
언덕이 나타났다. 또다른 순례자들 몇명도 저 먼 곳에 총총히 걸어가고 있었고
군인같은 건장한 사람들 무리는 나를 앞서 가버렸고 한 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뒤 쪽으로는 팜플로냐 도시가 멀어져갔고 앞쪽으로는 풍력발전기가 즐비한 능선이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서서히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 이름모를 마른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 밤사이 낮은 기온탓에 풀들은 서리가 내린듯 촉촉하게 빛나고 있다.
▲ 도심을 벗어나서 넓은 벌판에서 찍은 사진
그 능선은 꽤나 높았기 때문에 서서히 가파라지는 길이 야속하기만 했다.
중간에 작은 마을을 통과하며 물통에 물도 가득 채우고 잠시 쉬었다가
길을 따라 걸었는데 정말로 다행인 것은 그 능선을 넘는 길이
대각선 방향으로 나즈막한 언덕쪽으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숨이 가쁘고 땀이 흘렀지만 파란 하늘이 가까워져 올 수록 힘이 났다.
▲ 건장한 스페인 청년들이 한무리 지나간다.
▲ 정녕앞쪽으로 보이는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꾹 참으며 계속 걸어간다.
올라서고 보니 그 곳이 바로 여러 책자에서 볼 수 있었던 '용서의 언덕'이라는 곳이었다.
특이점으로는 바람부는 언덕을 통과하는 순례자들을 묘사한 조형물이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그 곳은 일단 바람이 매우 많이 불고 특히 겨울철에는
맑은 날씨를 보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는
바람도 없었고 구름도 보기 드물정도로 날씨가 좋았기에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쉬었다.
먼저 도착한 한국인 무리들도 그 곳에 쉬고 있었고 그들 중에 2명 정도는
거의 2~3시간을 그 언덕 위에서 보냈다는 이야기를 숙소에서 들을 수 있었다.
▲ 팜플로나는 멀어지고 어느새 꽤나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 용서의 언덕이라고 했다.
시야가 탁트여 있어서 전망도 기가막혔고 햇빛이 따뜻했기 때문에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도 벗고는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아침에 준비한 샌드위치와 초코바를 먹었는데 풍경이 좋아서 그런지
맛도 배가 되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 구경도 좋고 사진도 찍어야 했지만 일단 샌드위치를 먹으며 휴식을 우선했다.
용서의 언덕이라고 했다. 삶의 길에서도 이런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용서하지 못한 일등이 얼마나 많았을까 언덕에 앉았다.
용서의 관점에서는 용서받지 못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용서하지 못한 자의 잘못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용서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을 가볍게 비워내고 언덕을 내려왔다.
▲ 꽤 오랜 시간 동안 휴식한 뒤 일어나서 주위를 돌아봤다.
▲ 언덕 위의 풍광은 정말 죽여준다.
▲ 바람 잦을 날 없다는 언덕에서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 과거의 순례자들을 형상화 한 조형물.
▲ 다시금 이 길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따뜻한 햇살에 땀이 거의 다 마를 때 쯤 다시 배낭을 메고 언덕아래로 향했는데
언덕 위에서의 표지판에서는 목적지 마을까지 8km라는 표시를 보고 한참을 돌멩이들로
이루어진 언덕길이라 속도를 낼 수도 없었고 천천히 내려와서
2시간 정도를 걸었는데 도착해야할 마을이 나타나질 않고 이름모를 마을만 보였다.
▲ 길에 놓여져 있는 신발 한 짝.
다시 확인해 보니 언덕 위에서 남은거리는 11km정도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시간 30분가량을 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양은 뜨거웠고 한가한 시골마을들은 시에스타라 그런지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리는 점점더 아파왔지만 느릿하게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 언덕을 내려온 뒤에서 드넓은 벌판을 하염없이 걸어간다.
▲ 중간에 만난 작은 마을에서 짧지만 달콤한 휴식시간을 가져 본다.
▲ 햇빛도 피하며 잠시 땀을 식혀본다.
용서의 언덕은 뒤편으로 점점 멀어져만 갔고 거의 시야에서 벗어날 정도가 되자
목적지 마을에 들어 설수가 있었는데 알베르게까지 가는데 족히 15분은 걸렸던 것 같다.
다행히 푸엔테데레이나 공립알베르게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여권과 크레덴시알을 보여주고 쎄요를 받은 뒤 숙소 비용을 지불하고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 곳은 다른 길과 합쳐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순례자들도 여럿 보였고
이전에 묵었던 곳들 보다 사람도 많고 북적거렸다.
▲ 도착해서 씻은 뒤 다음날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다시 숙소를 나선다.
그동안 카레와 짜장가루가 너무 무겁게만 느껴져 버릴 것을 고민하던 찰라
같은 방의 한국인 순례자들이 카레를 먹고싶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선듯 내어주었다.
그들은 고맙다며 자신들이 카레와 밥을 준비할테니 저녁에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그뒤로 씻고 빨래도 하고 꽤 오랜 시간을 쉴 수 있었다.
저녁은 해결되었지만 다음 날 먹을 것들을 사기 위해서 해가 질무렵 숙소를 나섰다.
아름다운 작은 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서 꽤나 큰 슈퍼마켓에 가서는
쌀과 간식거리와 음료 그리고 과일 등을 사서는 돌아왔다.
배낭 속에는 인스턴트 국 블럭들과 밥에 뿌려먹는 가루가 한가득 있었는데
스페인에서는 '빠에야'를 먹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 쌀과
거의 똑같은 쌀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고 내일 아침에는
다음 날 아침과 점심 주먹밥을 만들 계획을 세워보았다.
끼니도 해결하고 배낭도 가벼워지니 일석이조의 효과라 생각했다.
▲ 저녁식사로는 카레와 밥을 해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알베르게에 다시 도착할 쯤에는 거의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로 그들이 만든 카레와 밥을 비벼먹고는 냄비에 남은 밥으로 만든
숭늉까지 끓여먹고나니 배가 무척 불러왔다.
한명만 나보다 두살이 많은 형이었고 나머지는 동생들이었는데
매우 친근해보이는 그들 사이를 보며 함께 온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팜플로냐에서 만나서 같이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 후에 까미노가 끝이나고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그 당시에 버리려 했던
즉석카레분말 팩들을 보다가 내가 챙겨갔던 것의 사이즈를 떠올려보았다.
300g짜리와 100g짜리 여러개를 가져갔었는데 배낭 속에 있던 300g짜리는
너무나도 크고 무겂게 느껴졌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봤을 때는
너무나도 가볍고 한없이 작아보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 Puente La Reina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M. Padres Reparadores
5 EU
Cocina ○
Lavadora ○
WiFi ○
Vending ○
'travel > ¡Buen Camino!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D+8][Camino Francés D+6] Estella → Los Arcos (0) | 2016.05.04 |
---|---|
[D+7][Camino Francés D+5] Puente la Reina → Estella (0) | 2016.05.03 |
[D+5][Camino Francés D+3] Zubiri → Pamplona (0) | 2016.03.12 |
[D+4][Camino Francés D+2] Roncesvalles → Zubiri (0) | 2016.02.02 |
[D+3][Camino Francés D+1] Saint-Jean-Pied-de-Port → Roncesvalles (1) | 2016.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