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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Camino Fisterra D+2]

2015-12-20 일요일, 맑은 뒤 간헐적 소나기

Negreira → Olveiroa(M. Alb. Municipal de Olveiroa)

33.4 km(누적 833.8 km)



오랜만에 30 km 넘는 거리를 걸어야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하고 싶었지만, 

밤새 퍼붓던 비바램은 새벽녁이 되어서 잦아들긴 했지만

추이를 지켜보다가 8시가 되어서 출발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알베르게를 나서기 전에는 젖은 가죽 신발에

발에 상처가 생긴 아르헨티나에서 순례자를 도와줄 수 있었다.

대단한 도움은 아니지만 보고만 있어도 아파보이는 그녀에게

연고아 밴드를 건내주었다.


그리고 그나마 스페인어권에서 왔기 때문에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충 대화가 되긴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차 처음에는 구름 때문에 어둡긴 했지만,

점점 하늘은 밝아지기 시작했고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졌다.


이날 목적지 마을에는 마켓이 없었기 때문에

먹을 식재료들까지 짊어졌는데 다행히도 컨디션이 좋았다.







길에서 만난 표지판은 뭔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Camino de Santiago를 걸은 것이 진짜 그저께였는데,

이제는 Camino de Fisterra 라는 표지판은 뭔가 기분이 묘했다.







미친듯이 쏟아지던 하늘에서 구름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하늘이 모습을 들어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술같기도 했고 너무나 신기했다.







오전에는 15 km 가량을 걸을 목표로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무지개가 보였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고 그것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구불구불한 길보다 일자로 쭉 뻗어서 먼곳까지 내다보이는 길이

더욱 걷기 힘들게 느껴지고 더빨리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전을 돌이켜보면 잘 닦여있는 도로가 있는

도심을 통과하기가 그토록 힘들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언덕을 오른 뒤 한참을 걸어서 12.7 km 지점에서 만난

마을에 Bar로 들어가서 잠시 쉬면서 WiFi의 행복과

허기를 채울 수가 있었다.







이전에 Bar들은 대체로 순례자들의 비율이 많았다고 하면

그곳은 정말 동네 Bar같은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 한잔 하면서

TV에서 나오는 축구 중계를 바라보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다시 걷고 또 걸었다. 

약 8 km를 더 이동했을 무렵 작은 마을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점점 흐려지던 하늘에서는 비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마을로 다가갈수록 빗줄기는 거세어졌다.

하지만 비를 피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비를 피하기 위해서 계획에 없던 마을로 들어서서

Bar를 찾아갔더니 입구에 도착할 무렵 비가 그쳐버렸다.







소나기가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이미 온몸이 젖어버렸기 때문에

Bar로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다행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꼬맹이가 놀고 있던 개인 가정집을 겸하고 있는 Bar에서

스페인식 핫초코와 보카디요스를 주문하고

난로가에 앉아서 젖은 옷도 말리가 잠시지만 추위도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남은 거리가 약 13 km나 있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걷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15시가 넘어있었다.

꽤나 지쳐있었을 즈음 배낭 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뽑았다.


걸으며 홀짝홀짝 마셨다.

그제서야 종종 까미노 표지석 위에 놓여있던 

술병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또다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비를 맞으며 걸었다.

그리고 다시 해가 떳다.

여전히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목적지 마을에 도착하기 약 30분 전 쯤에 위치한

마을에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꿀만 같았다. 와인을 마시며 걷다가

벤치에 앉으니 그곳이 바로 지상낙원처럼 느껴졌다.







다시 힘을 내어서 목적지 마을에 도착했다.

길에서 벗어나 마을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갔다.

특이하게도 Xunta가 아니었고 그냥 Municipal이라고 

되어 있는 알베르게는 접수하는 곳과 식당 그리고

숙소동도 여러개가 각각의 건물로 되어있었다.


일단 열려있는 숙소동은 하나였고

1층에는 전날밤 숙소에서 눈이 맞은

호주인 남녀 순례자가 자리를 잡았길래

다른 순례자들은 눈치껏 2층으로 올라가서 

짐을 풀고는 꽤나 특이한 느낌의

샤워실이 딸린 알베르게에서 싰은 뒤 주방으로 향했다.


Pilgrim 어플에서는 주방이 없다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주방이 있어서 저녁으로 파스타를 요리해먹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Fisterra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음 날이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잠을 청해보았다.


1층을 2명이서 독차지 하고 너무 신났는지

호주인 순례자들은 밤이 늦도록 큰소리로 떠들어서

2층에 순례자들은 불편한 심정이었다.

목재건물이라 소리가 울리는 것도 있지만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 자리를 피해줬는데도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아르헨티나 순례자가 참다 못하고

아래층에 내려가서 문을 똑똑 두드리고 

올라왔더니 한결 조용해졌고 

그럭저럭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 Olveiroa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M. Alb. Municipal de Olveiroa

6 EU

- 산티아고와 그 이후부터는 이전의 갈리시아 지방의

Municipal 알베르게와 다르게 주방에 조리기구가 비치되어 있음

Cocina(주방시설) ○

Lavadora(세탁기 및 건조기) ○

WiFi(와이파이) ×

Vending(자동판매기, 자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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