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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9][Camino Fisterra D+3]

2015-12-21 월요일, 흐림

Olveiroa → (Cee) → Vilar(P. Alb. San Roque)

21.8 km(누적 855.6 km)




아침을 먹는 동안 스페인 순례자가 곶감같은 달달하고도 

쫀득한 과일절임을 나눠줘서 몇개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알베르게는 나서서 전날 걸어온 길이 아니라

당연히도 걸어온 길의 반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가려고 하는데 아침부터 밭으로 일하러 나오신

스페인 할머니 한 분이 까미노는 반대쪽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 전날 알베르게를 찾아서

마을로 들어오면서 까미노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길 잃을 뻔 했지만,

제대로 찾아서 걷기 시작했다.

우중충한 길을 따라서 걸었다.


한 시간 반정도 걸었을 무렵 알베르게를 겸한 Bar가 한 곳이

덩그러니 외롭게 길가에 있었다.

서서히 다가가니 2층 창문에서 바라보고 있던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호객을 한다.

앞으로 15 km 정도는 마을도 없다며

들어와서 뭐라도 먹고 가라고 외쳤다.





긴가민가했지만, 실제로도 그러했기 때문에

그곳으로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한잔과

이것저것 사서 먹은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서 드디어 Fisterra와 Muxia가는 길이

갈라지는 갈림길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Fisterra로 가는 코스로 결정을 내려 둔 상태였지만,

막상 갈림길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양의 

표지석 앞에 서자 행복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버스를 타고 갔다면 마주칠 일도 없었을 갈림길에서 말이다.


잠시 멈춰서서 사진도 찍은 뒤 Fisterra를 향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이미 언덕을 꽤나 올라온 상태라서

고도가 높았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왔다.


언덕위로 난 길을 따라서 한참동안을 걸었다.

곧 바다가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걸었다.







높은 언덕을 따라서 걷다가 드디어 바다가 보였다.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온 뒤 약 40여일만에 

처음으로 진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전에도 바다보다 더 멋진 그리고 아름다운

운해를 자주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진짜 바다를

마주하니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드디어 세상의 끝이 보였기 때문일까?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보였지만,

내게는 아주 분명하게 느껴졌다.

정녕 이 바다를 보기 위해서 이토록

먼 길을 걸었고 또 오랜 기간동안 힘들어했던 것일까?

물론 힘들었지만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이 순간은 정말 비현실적이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코너를 돌아서자 아주 멀리 진정한 세상의 끝인

피니스테라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 가깝게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15 km 정도의 거리이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온몸이 전율할 정도로 대단한 경험이었다.







바다는 언제바라봐도 좋았다.

행복한 기분에 취해서 조금 더 걸었더니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Cee가 나타났다.


이날 피스테라까지 갈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오후 늦게 도착하고

다시 등대가 있는 Cape Finisterre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다음 날에 가지 않는다면 저녁때 밖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의 Cee에서 하루를 묵은뒤

다음 날 오전에 Fisterra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기쁜마음으로 언덕을 내려갔더니,

이미 먼 거리를 걸은 뒤라서 그런지

허기가 져서 눈에 들어오는 Bar로 들어갔다.







시원한 맥주를 한잔과 과자를 먹었다.

그러고 보니 스페인 선거결과가 나온 신문이 보였다.

순례길에서 만난 파블로가 서둘러 집이 있는

마드리드로 돌아간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선거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마을이 아닐 수 없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Cee는

별다른 특색은 없었지만, 꽤나 컸고 무엇보다도

슈퍼마켓도 여러곳이 있다는 사실이 매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찾아간 알베르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나와 같은 일정으로 걷지 않고 

Olveiroa에서 하루만에 피스테라까지 가기 때문에

알베르게는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알베르게가 하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전화를 해보았더니,

다행히도 문이 열려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기부제 알베르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적당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먹을 거리를

구매하고 Cee 마을에서 언덕을 올랐다.







아름다운 마을을 뒤로 한채 산 속으로 들어갔더니

작은 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커다란 알베르게 건물이 한채가 있었다.







외진 곳에 이렇게 훌륭한 알베르게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들어가서 싰은 뒤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시간이 되어서 1층으로 내려왔더니

오스피딸레로는 식사준비가 한창이었다.







아늑한 거실을 둘러보았더니 난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겨울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난로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물론 침실에는 온풍기 같은 것 밖에 없었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여느 알베르게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이긴 했다.

마치 개인 집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벽면을 가득채운 순례자들의 흔적 그리고

알베르게에 대한 신문기사나 관련 정보들이

빼곡하게 게시되어 있었다.







한국어로 써져있어서 더욱 눈에 띄었던 게시글이다.

방명록에서도 그런 내용은 볼 수 있었지만,

기부제 알베르게라고 돈이 굳었다고 생각하며

돈을 내지 않고 가버리는 순례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특히 한국사람들이라는 것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졌다.

쇼핑하고 관광하는데에는 아끼지 않는 한국사람들이

이런 기부제 알베르게에서는 짜게 구는 모습이

한국인으로서 아주 부끄러웠다.







각 나라의 언어로 써져있는 인사말

왠지 정감이 간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동안 저녁식사 준비가 완료되었다.







여러가지 야채가 들어있는 샐러드

특별할 것도 없지만 정성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아주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메인 요리는 콩스튜같은 것이었다.

콩과 여러가지 재료로 만들어져서 아주 맛이 좋았다.






넉넉하게 제공된 후식

오렌지 하나만 까먹었다.






그리고 보이는 기부함이다.

나 역시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음 날 아침식사까지 먹고는 일반적인 알베르게의 가격인

5 EU와 함께 식사비로 10EU를 추가로 넣고 나왔다.

얼마가 적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한국인 순례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자고일어나면 세상의 끝으로 간다는

기대감을 품고 잠에 들었다.

노곤했고 아늑한 침대에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 Cee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 Vilar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P. Alb. San Roque

Donative(기부제, 무료 아님)

- 기부제로 운영되며,

저녁식사와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제공해줌

- 주방을 있지만 사용할 일은 없음

Cocina(주방시설) ○

Lavadora(세탁기 및 건조기) ×

WiFi(와이파이) ×

Vending(자동판매기, 자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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