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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1][Camino Fisterra D+5]

2015-12-23 수요일, 맑다가 오후부터 점차 흐려짐

Fisterra → (Cee) → Muxía(P. Albergue@Muxía)


[Bus] Castromil Fisterra → Cee 08:20(20) 1.85 EU

[Bus] Castromil Cee → Muxía 10:15(30) 3.05 EU



밤새 계속해서 비가 내렸기 때문에

아침까지도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30 여 km를 걷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묵시아를 향하는 버스 시간을 알아 두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고

저 멀리 여명이 밝아오는 하늘이 보였지만

세상의 끝까지 걸어왔다는 목표를 달성해서인지

더 이상 걷고 싶지가 않았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시간에 맞춰서 버스를 타기위해

어두운 마을을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제 시간에 버스가 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예정된 시간인 8시 20분이 되기 5분전에 버스가 

도착했고 놓칠까봐 버스에 탔는데 버스는

피스테라가 종점이었기 때문에 차를 돌려서

정확하게 8시 20분에 정류장을 다시 통과해서

CEE를 향해서 달렸다.







어둡고 게다가 달리는 버스라서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그 당시의 느낌을 너무 잘 표현한 사진이라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세상에 버스는 너무나 편안했다.

바로 전날 바다를 40여일만에 처음 본 것과 마찬가지로

버스에 탄 것도 거의 40여일만에 처음이었다.

이토록 편안한 것을 두고 걸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가를 떠올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날이 밝아서 구름이 걷히고

멀리서 부터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힘들여 걸어왔던 길을 버스를 통해서

다시 되돌아가니 기분이 묘했다.

약 20분만에 CEE 도착할 수 있었다.


묵시아를 향하는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서 내렸는데

묵시아를 향하는 버스는 약 1시간 30분 가량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터미널에 딸리 Bar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WiFi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침 시간이라서 그런지 츄러스도 서비스로 주었다.


묵시아를 향해 10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피스테라에서 탔던 버스에 비해서 작은 콤비같은 버스였다.

사람이 몇명 타지 않은 버스는 그야 말로 날듯이

굽이굽이 시골길을 그야말로 날듯이 달려서 묵시아에 도착했다.





시원시원하게 파도가 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피스테라에서도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역시 바다는 절벽 위에서 보는 것보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이 제맛이다.





날은 맑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꽤나 높은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왔다.



오전 11시 정도에 또다른 땅끝마을인 Muxia는

피스테라와 다리게 대체로 평지에 위치한 마을이었고

크기도 비교적 작은 편이었지만 더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순례길을 걸은 뒤 휴식을 위한 목적으로는 산티아고나

피스테라보다 묵시아가 가장 적합한 곳으로 보여진다.



일단 부족한 돈을 ATM에 찾았더니 

예전에 만났던 스페인 아저씨가 알려주었던 20 EU 지폐 중에

숫자 앞에 검은 네모 표시가 없는 지폐가 여러장이 나왔다.

그 때 그는 'Not good'이라고 표현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신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까미노가 있는 스페인 북부의 시골마을에서는

그 신권을 알아보지 못하고 안받는 곳이 더러 있었던 것이다.

나름 번화한 관광지로 나오니 신권이 많이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은 알베르게를 찾아다녔다.

지도를 보고 찾아간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알베르게는

비수기라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고 꽤 많은 곳이 문닫혀 있었다.

별수없이 Municipal로 가야되는가 생각하던차에

한 곳으로 전화를 해보았더니,

금방 알베르게를 열어주겠다고 했다.





Municipal 바로 앞에 위치한 Albergue@Muxía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가방을 메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피스테라에서보다 날씨가 맑았고 

시원한 파도가 바람에 날려서 큰 파도가 치던 

묵시아의 바다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들뜬 마음에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알베르게로 갔다.

여전히 닫혀있었지만, 금방 오스피딸레로가 도착했다.


들어가서는 서류를 작성하고 쎄요를 받고는

인증서도 필요하냐고 묻고는 그렇다고 하니

흔쾌히 작성해주었다.


원래는 피스테라와 묵시아를 걸어야하고

그 중간에 위치한 마을에 Bar에서 쎄요를 받아와야 한다고 했지만

그 곳의 오스피딸레로는 어짜피 생장부터 피스테라까지

걸어왔는데 피스테라에서 묵시아까지 안걸었다고해서

인증서를 주지 못할 이유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렇게해서 까미노 거리인증서, 산티아고 순례길인증서

피스테라 순례길인증서, 묵시아 순례길인증서를 모두 한자리에 모아봤다.




그리고는 커피 한잔 마실테냐고 묻더니

물을 끓이고 커피를 잔에 따르고 꼬냑을 부었다.

내게도 넣을 것이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카페 까라히요를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튼 말은 완전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스페인어를 하는 그의 말을 대충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알베르게 안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고 

진짜 스페인의 땅끝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지도를 펴보이며 전망좋은 해변과 마을을 한바퀴 돌며

구경할 수 있는 코스와 맛좋은 음식점 몇곳 그리고

슈퍼메르카도 위치도 빼먹지 않고 안내해주었다.

그러고는 자동으로 잠기는 현관문을 열고닫는 방법과

비밀번호를 알려주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알베르게에서 잠시 휴식하고 점심 식사 겸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맛집을 몇 곳알려주긴 했는데, 

그 중에서 Fish 요리가 유명한 'La Casa do Peixe'으로 갔다.









역시 현지인의 추천해준 곳은 만족도가 높다.

분위기도 너무 좋다.




주문한 물고기 요리가 나오기 전에 나온

식전 빵과 가스파쵸라는 스프같은 맛이 너무 좋았다.





첫번째 추천요리인 'Merluza del Pincho' 로

메를루사는 대구과 물고기인데 순례자 메뉴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낮은 민대구를 사용한 요리

단백한 대구살과 매콤하면서 달달한 소스가 어우려져서

맛이 환상적일 뿐만 아니라 양도 상당하다.(10 EU)





두번째 추천요리인 'Peixe Espada' 황새치(Swordfish) 요리인데,

물고기라기 보다 마치 갈비를 먹는 듯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대구요리에 비해서 양은 다소 적은 편이지만,

찐 감자가 함께 나오기 때문에 부족하지는 않다.(10 EU)


충분하게 음식과 WiFi를 즐기고는 식당을 나섰다.

소화도 시킬 겸 마을을 가로질러 산책코스를 향했다.





피스테라와 비슷하게 이곳도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곶같은 곳이라 그런지 파도가 상당히 높았다.





가슴까지 뻥뚫리게 시원해지는 파도가 몰아쳤다.





바닷가쪽으로 여전히 이러한 표지석들이 있었다.

거리표시가 남아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대부분이 없어진채로 있었다.







바닷가 끝에 위치한 성당이다.

화재가 났던 역사가 있으며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파도가 높게 칠 때는 바닷물이 들어갈 것만 같았다.

뭔가 위치도 특별했고 매우 인상적인 곳이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맑던 날씨가 점점 더 흐려지더니

빗물까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알다가도 모를 갈리시아 지방의 날씨는

바로 이렇게 변덕이 심한 것이 바로 

가장 일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해변까지 가려고 했으나

포기하고 슈퍼메르카도를 들러서

저녁으로 먹을거리를 장봐서 

알베르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녁을 맛있게 요리해서 먹고

사리아부터 저렴하게 구매해서 잘 사용한

냄비는 알베르게 주방에 각종 요리기구들

사이에 고이 모셔두었다.


한국까지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긴했지만

여전히 남은 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티아고에서 한 번,

피스테라에서 또 한 번,

그리고 묵시아에서 마지막으로

나의 순례길 여정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세상의 끝을 향한 나의 여정은 묵시아에 끝났다.


고대 로마인들이 생각하던 세상의 끝인

피스테라와 묵시아는 세상의 끝이긴 했지만,

그 끝에 도착한 뒤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 곳은 더 이상 끝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점이 되는 놀랍고

기적과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Muxía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P. Albergue@Muxía

11 EU

Cocina(주방시설) ○

Lavadora(세탁기 및 건조기) ○

WiFi(와이파이) ○

Vending(자동판매기, 자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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