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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Camino Fisterra D+4]

2015-12-22 화요일, 흐린 뒤 비

Vilar → Fisterra(P. Alb. Mar de Fora) → (Cape Finisterre)

16.3 km(누적 871.9 km)




너무나 편안했던 알베르게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뿐인데

떠나기가 싫을 정도로 정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챙겨주는 아침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우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떠나는 모습을 배웅하며 마음씨 따뜻한 오스피딸레로는 

나의 순례길에 대해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도로를 따라서 걸었다.







생각없이 바닷가 마을들을 따라서 걷다가 보니

드디어 피스테라가 정말로 눈앞에 나타났다.

바람이 어찌나 몰아치던지 사진이 흔들렸다.


조금이라도 더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싶어서

바다 옆으로 난 도로를 벗어나서 걷다가

길을 잃어서 되돌아 나오기도 하면서

피스테라를 향해서 한걸음씩 걸어갔다.






이슬비인지 안개비인지 흩날리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전망 좋은 곳에서 사진도 몇장 남겨보았다.

왼쪽끝이 바로 목적지인 등대가 있는 Cape Finisterre이고

가로로 길게 뻗어있는 마을이 바로 Fisterra였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스페인 사람도 볼 수 있었는데

낚시꾼들의 열정은 국경이 없어보였다.







여름에 왔다면 가방도 내려놓고 옷도 벗고 

바다로 뛰어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았다.







가깝게 느껴졌지만 한참을 걸어도

피스테라는 아주 조금씩 가까워질 뿐이었다.


결국에는 피스테라에 도착했고

여정의 끝에서는 Xunta(Municipal) 알베르게가 아닌

사설 알베르게를 찾았다.

이유는 산티아고나 피스테라 같은 곳에서는

Xunta 역시 다른 알베르게들처럼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시립, 공립알베르게를 이용하는 가장 큰 장점이

저렴한 가격인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어놓고 싰은 뒤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피스테라 순례길 인증서를 받기 위해

Municipal 알베르게를 찾아가서 Sello도 받고

인증서를 받은 뒤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가서 쇼핑을 했다.





인증서와 함께 받은 쎄요, 

피스테라의 무니시팔 알베르게에서 받았다.





하몽을 만들 수 있는 앞다리나 뒷다리살을 최고로 치는

스페인에서는 목살같은 부위는 저렴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할인으로 1 kg에 3.75 EU하는 고기도

사고 이것저것 먹을 거리를 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그런 뒤 알베르게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있는

등대가 있는 세상의 끝으로 향해 걸어갔다.

오스피딸레라에게 물어봤을 때는 갸우뚱 거리며 

10여분이라고 했지만, 걸어가면서 그녀가 

그곳까지 걸어가봤을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빗방울도 날렸지만 오히려 기분은 더 좋아졌다.

드디어 40여일을 걸었던 여정이 바로

이곳 세상의 끝인 바다를 보기위했다는 사실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결국 0.00 km 표지석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날씨는 흐렸고 빗방울이 날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고 완벽한 순간이었다.

이 곳까지 와서 까미노를 걸으며 입었던 옷가지들을

태우기도 하는 순례자들이 있다고 했지만,

날씨가 좋지않아서 그러기도 여의치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세상 끝에 도착했다는 감격스런 순간을 즐기고 있는 사이에도

안개가 시시각각으로 덮쳐오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빗방울은 굵어져갔다.






오래도록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만약에 날이 좋았다면 해가 질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리 준비해갔던 맥주를 한 병 마시면서 주변을 서성였다.

하루하루 고된길을 걸어서 그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점점 빗줄기가 거세어져서 일단 근처에 기념품가게로 들어갔다.

비가 잦아들기를 바라며,

들어가서 이런저런 기념품들을 구경하다가

0.00 km 표지석 모형을 하나 구매했다.

그 모형은 피스테라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저렴해졌다.

하지만 만족한다.



기념품 가게에서 찍을 수 있었던 쎄요



그것은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것을 보기위해서 걸었던 시간 그리고

결국 도착한 세상의 끝에서 내가 직접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그 어떤 기념품과도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젖은 옷들을 널어놓고 창밖을 바라보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져서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음 날은 묵시아까지 30여 km를 걸어가야 했는데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주방으로 갔다.







저렴한 가격의 계란이라서 몇개를 샀었는데,

일단 후라이라 계란을 먹은 뒤 식사를 준비했다.







까미노를 걸으며 기필고 먹어보겠다고 다짐을 했던

돼지고기구이를 먹을 수 있었다.

인스턴트 빠에야와 함께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당시에는 꽤나 살도 많이 빠졌고

먹어도 먹어도 배고픔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고기를 구워먹은 뒤에서 허기가 가시지 않아서

통조림에 들어있는 파바다 같은 즉석요리도 먹어치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피스테라의 위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바다로 둘러쌓이 바닷가 마을이었다.







며칠 전 도착한 독일인 순례자가 커피를 마시라며

커피가루와 에스프레소 포트를 빌려주었다.

그녀는 프랑스길을 걸은 뒤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 중이라며 일단은 춥기 때문에 남쪽으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까미노를 걸으며 처음에는 오렌지는 사서먹었는데,

가장 좋은 것은 사진과 같은 주스가 매우 저렴한 것이었다.

달콤하고 양은 많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종종 사서 한껏 마실 수 있었다.


까미노 여정의 거의 마지막에서 다음 날을 위해서 

다시 잠을 청했다.




* Fisterra

Mercado ○

Cafe ○

Restaurant ○

ATM ○


* Cape Finisterre

Cafe ○

Restaurant ○




P. Alb. Mar de Fora

10 EU

Cocina(주방시설) ○

Lavadora(세탁기 및 건조기) ○

WiFi(와이파이) ○

Vending(자동판매기, 자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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