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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4 목요일, 흐림

[D+42] Muxia → Santiago de Compostela(Bosque 한인민박)

[Bus] Muxia → Santiago de Compostela [Hermanos] 06:45(2h) 8.00 EU




까미노 후반부의 일정을 잡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사항은 바로

성탄절(Feliz Naviada)를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왜냐하면 이미 겪어봐서 몸소 느낄 수 있었지만,

평소같은 일요일(Domingo)과 각종 휴일들을 지나면서 문을 여는 가게가 없었고

특히나 종교적으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성탄절에는

어느 도시를 가나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거리가 한산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지는 꽤 여러곳이 있었지만,

한인민박이 있는 산티아고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한인민박에서는 대부분이 순례자였을 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성탄절로 인하여 까미노 중간에서

마을에 갇히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매일같이 30 여 km 이상을

뛰듯이 걸어온 순례자도 만날 수 있었다.


아무튼 묵시아에서는 새벽에 산티아고를 향해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만 했다.

계속 걷다거 전날부터 걷는 것을 그만두고 쉬어서 그런지

약간은 피곤이 풀리고 있었다.

전날 오스피딸레로가 알려주 버스정류장을 찾아갔지만,

바로 앞의 바(Bar)만이 덩그러니 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었고

버스 정류장이라는 그 어떤 표지판도 없었다.


버스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했는데

그 때 도착한 아주머니 한분께 물었더니 

그곳이 버스 정류장이 맞고 곧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버스는 거짓말같이 도착했고 돌려서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섰다.

시간이 오전 6시 45분 쯤이었다.


버스에 올라타면 목적지를 말하고 금액을 지불하면

버스 기사가 영수증을 뽑아주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버스에 탔더니 커다란 버스는 훌빈했다.

산티아고를 향하는 버스의 출발지점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아주머니들이 타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성탄절을 위해서 장을 보거나 

산티아고로 일을 하러 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그들은 버스기사까지 

서로 다알아서 그런지 앞좌석에 모여앉아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버스기사도 여성분이었더 것 같은데 

짐짓 귀찭아 하는 표정이 었지만,

그녀들의 질문에도 계속해서 대답해주었고

나는 일찍일어난 탓에 졸렸고 잠을 청해보았다.


근 40여일만에 버스를 처음 탄 전날도 그랬지만,

오랜기간동안 탈 것에 몸을 싣지 않아서 그런지

약간은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하늘은 조금씩 밝아지기는 시작했지만,

흐려서 그런지 시간이 흘러도 꽤나 어둡기만 했다.

그러다가 점점 집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시내를 통과하면서 하늘을 완연하게 밝아졌을 무렵

종착지인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 2시간이 소요되었고 버스에서 내리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정신을 차리고 일단 큰 길가로 나와서 조금 걷다보니

다행히도 며칠 전 걸었던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까미노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곳이 아니었기에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산티아고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배낭을 계속 메고다닐 수는 없었다.

다행히 한인민박에서는 투숙객들을 위한 픽업/라이딩 서비스를 하면서

배낭과 캐리어 등을 맡아주기도 했다.

그리하여 일찍 도착한 나머지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Bar들어가서 커피를 한잔했다. 

사실 WiFi를 사용하기 위해서 들어갔는데 WiFi는 없었다.

특이한 점은 카페의 한쪽 구석에 유리로된 바닥이 있었는데

그곳은 아래가 뚫려있는 과거의 지하와 통하는 길같은 곳이 보였다.


아무튼 시간이 되어서 약속 장소인 버거킹 앞으로 갔다.

그러면서 BurgerKing을 스페인어로 '부르게르낑'이라고

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처음에는 발음조차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뭔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민박집 주인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고

배낭을 숙소로 먼저보내버렸다.


날아갈 수도 있을 것처럼 가벼워진 몸으로

뛰듯이 걸어서 산티아고 구시가지에 들어선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난 날 맛보지 못한

까사 마놀로(Cafe Restaurant Casa Manolo)로 찾아갔다.


이곳은 많은 순례길 정보에서도 추천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까미노 후반분에 함께 걸었던 스페인 형제 

아저씨들이 추천한 곳이기도 했다.


소문만 무성한 곳으로 입성했다.

다행히 시에스타가 되려면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번의 순례자의 메뉴(Menu del día)를 먹어봤지만

이곳으 뭔가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단 식전빵과 무료 생수 한병이 무료였다.

대체적으로는 식전빵에도 소정의 가격이 부과되고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생수에도 가격이 부과되는

여느 레스토랑들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메뉴판은 스페인어로 적힌 것과

영어로 적힌 것이 있는데 아무래도 영어로 적힌 것이

주문하는데 보다 용이하다.


Primeros Platos(Starter), 그러니까 에피타이저로

Traditional stock, Galician soup 외 12가지가 있었고,

Segundos Platos(Main Couses), 메인요리 역시

Roast beef with vegetable and chips 외 12가지가 있었다.


모든 메뉴를 맛보고 싶었지만, 일단 각각의 메뉴에서

최상단에 적힌 메뉴를 주문하였다.

선택에서 오는 행복한 고민이 때로는 결정장애와

스트레스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나온 식전 빵, 아주 두툼하고 큼지막하다.





전통적인 갈리시아인 스프





채소와 감자칩을 곁들인 쇠고기 구이

맛도 물론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고 압도적인 크기




음식은 비교적 금방 준비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양이 상당히 많았다.


왜 까미노를 걸은 순례자들에게 추천해주는 곳인지

그제서야 알 것만 같았다. 예전 자료들을 참조하다보면

6 EU 부터 9 EU까지 다양한데 점점 가격은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느 메뉴 델 디아와 마찬가지로

빠지지 않고 후식(Dessert)이 제공되었는데

이모든 것으 9.50 EU 라는 것은 상당히 놀랍고

또 파격적이며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마치 배가 터질 것처럼 식사를 하고도

한참을 앉아있었다. 시간적 여유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배가 무척 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산을 마치고 식당밖으로 나섰지만,

구시가지는 이미 왠만큼 둘러본 상황이라

그다지 흥미가 없었고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가 되자

가게들은 일찍이 문들 닫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씨에스타와 동시에 성탄절 그리고 주말까지

내리 쉬는 연휴의 시작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별다른 고민없이 구시가지를 빠져나와

조금은 번화한 곳으로 나왔다.

그곳은 쇼핑몰과 갖가지 상점 그리고 슈퍼마켓들이

즐비한 곳이었는데, 다행히 씨에스타나 크리스마스 이브의

영향을 벗어나 있는 것만 같았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지만, 꽤 오랜만에 만난 번화한 도시가

왠지 모르게 좋았고 그 속을 헤집고 다녔다.

원래는 저녁시간까지 산티아고들 둘러보다가

숙소의 픽업서비스를 통해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서서히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미리 들어가서 쉬기로 결정했다.


그 날은 특별히 성탄전야기 때문에 민박에서도

모든 투숙객들과 함께 파티를 한다고 했기에

그 때마실 와인과 간식거리 몇개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물론 가격도 그다지 저렴한 편도 아니었지만,

그 곳은 집도 상당히 크고 내부도 넓었으며 꽤나 아늑했다.

약간은 이른 시각이라 다른 순례자나 투숙객들은 거의 없었고

그들의 캐리어와 배낭들만이 덩그러니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한참을 쉬다가 저녁시간이 되어서 

여러가지 음식들이 준비된 테이블에서 여러 한국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원래 저녁식사는 숙박비와 별도로 추가금을 부과되는 

한식요리를 준비해주었지만,

이날을 크리스마스라 특별히 민박집에서 음식을 제공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외국까지 나가서 한식을 먹으려 고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곳의 식사는 특히 순례길을 걸은 뒤

아주아주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에 참석하러 떠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미 향로 퍼포먼스까지 진행한 산티아고 대성당 미사를 

한번 참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함께 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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