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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6] [EuroLines](O Porto→) Madrid

2015-12-28 월요일, 맑음



버스는 밤새 달렸고 나는 비몽사몽간에 잠을 잤다.

거대한 버스는 아주 편안했고 흔들림도 적었다.

일정상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포르투와 작별하고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를 향한 것이다.


새벽이 되고 버스는 어느덧 도심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마드리드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창밖은 깜깜했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생소한 느낌의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버스는 어떤 터미널에 도착했고 버스 기사가 방송했다.

마드리드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는 방송이었으리라.

승객들 대부분은 그곳에서 하차했다.


따로 인사를 건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탔던 캐리어를 끌고 탔던 한국인 커플도 역시 그곳에서 내렸다.

버스에 남은 승객은 거의 없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버스 승차권을 예매할 때 파블로가 알려준 터미널이 아니라는 것은

휴대폰의 GPS를 이용한 지도를 통해서 알 수가 있었다.

한참동안을 정차했던 버스는 다행히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내를 다시 통과해 고속도로 같은 넓은 도로를 통과해서

다시 또다른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곳인 바로 원래 알고 있었던 도착 터미널이었고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터미널을 굉장히 크고 세련되었으며 아주 깨끗했다.

자동문 시스템을 통해서 일단 하차장에서 터미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전히 이른 시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없었고

나 역시 어딘가로 움직이기는 이른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정신을 찾기 위해서 터미널 내부의 의자에 앉아서

그 날의 할 일들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먼저 숙소로 가야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속 돌아다니는 것을 무리였기 때문이다.

이제 더이상 배낭을 메고 걸을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포르투에서 구매했던 포르투와인까지 배낭의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과 나날을 떠올리면 걷는 것에는 이골이 나있었지만

굳이 체력을 시험할 필요는 더이상 없었다.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마드리드 지하철인 메트로의 노선도를 확인했다.





현재 위치는 Avda. de  América 역이었고 메트로 승차권을 

무인 매표기를 통해서 구매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예전 한국 지하철에서 사용하던 작은 크기의 조금은 빳빳한 종이 승차권이었고

특이한 점은 승차시간인지 하차시간이 인쇄되고 탑승역과 하차역이 티켓에 찍힌다는 것이다.


전 날은 포트루의 숙소를 AirBnB를 통해서 찾았지만,

이 날에는 그냥 호텔 및 숙소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 찾았다.

물론 그 전날 미리 예약과 결제까지 마친 상태였고 체크 인 시간은 아니었지만,

배낭이라도 맡겨두기 위해서 숙소를 향해서 갔다.


예약해둔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역을 향해서 메트로를 타고 갔다.

중간에 환승도 했었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고 오히려 프랑스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영어도 아니고 스페인어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의미는 몰라도 모든 글을 읽을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편리했다.


메트로를 타고 예약해둔 숙소 근처의 역인 Opera 역에 도착했을 때도 여전히 사방은 어두웠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마드리드 오페라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된 것은 특가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던

숙소는 마드리드 시내에서도 상당히 번화하고 중심지 근처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숙소는 오래된 건물을 보수해서 사용하고 있었고 이름은 호텔이기는 하나

건물 한층에 여러개의 방과 4개의 공용화장실이 딸린 곳이었다.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쁠 수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관광명소의 접근성을 볼 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일단 찾아간 숙소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지만, 

초인종을 누르고 호텔 예약자라고 하니 문을 열어주었다.

야간에 어두컴컴한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직원은 졸린 눈으로 체크인 시간이 아닌데

왜 왔냐는 눈치로 맞아주었기에 예약자인 것을 확인하고 짐만 내려두고 밖으로 나왔다.


이른 새벽 시간이라 여전히 어두웠지만 마드리드에 있는 동안 있을 숙소를 찾아서

배낭을 내려두고 나오니 마음은 한결 가벼웠고 정신이 들자 출출하다는 생각에 미쳤다.

물론 갈 곳도 없었으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큰 길가에 있는 바로 들어갔다.


말이 바이지 한국으로 치면 아침식사가 가능한 저렴한 식당정도의 분위기였다.

쌀쌀한 겨울 날씨 속에 바는 훈훈한 기운이 가득했고

커피와 빵을 시켜서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구글맵이나 기타 어플리케이션도 있었지만 나는 하드카피를 선호한다.

그래서 메트로 노선도 뿐만아니라 마드리드 지도도 있었기에 대략적인 방향으로

지도를 보면서 걷기 시작했다.


한 겨울의 쌀쌀한 아침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아주 서서히 상점들이 문을 열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분주하게 돌아다니 시작했다.

배낭도 없어 걷는 것은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고

쌀쌀한 날씨 속에서 걷는 것은 몸도 따뜻해지기에 좋았다.







걷기 시작한지 20~30분정도 지났을 무렵 왕궁 근처에 있는 마드리드 대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의 상징과도 같이 붉게 떠오르는 햇빛에 물들고 있는 성당은 꽤나 멋있어 보였다.

최근에 알게된 사실 중에 한국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은 불교와 불교 건축물에 상당한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마치 한국인들이 타국에서 거대하고 멋진 성당을 구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다른 몇몇의 성당들과 달리 입장료도 없었기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가장 큰 이유는 마드리드 궁전의 입장시간까지 남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다.

다른 여럿 성당들과는 달리 비교적 근대에 지어진듯 깔끔하고 심플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아침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모습 가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물론 천주교 신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포용력이라고 할 수 있는

타 종교에 대한 배려나 인정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배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장엄한 곡조가 울려퍼질 것만 같은 웅장한 파이프오르간은 

그 소리를 듣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울림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스테인드 글라스 뿐만 아니라 아주 높은 천장을 수높은 그림들 그리고

거대한 석조 건물 자체만으로도 신비감과 위압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은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그렇게 마드리드의 하루가 밝아오고 있었다.





성당을 나와서 바로 뒤편에 있는 마드리드 궁전의 마당앞에서 볼 수 있는 성당의 전경이다.





그리고 그 성당 앞으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답게 꾸며져있는 건물이 바로 마드리드 궁전이다.






입장 시간이 남아있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입장 시간이 다가올 수록 매표소 앞의 줄을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그들과 함께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선 뒤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많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입장했기 때문일까 다음날 미술관을 갔을 때는

여유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줄을 때문에 미술관 관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가끔은 바로바로 입장하는 단체 여행객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멋진 궁전의 앞마당을 거닐어 보았다.






궁전 내부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에서 찍은

이 천장 사진이 궁전 내부 사진으로는 유일하다.

기본적으로 그 어떤 방으로 들어가든 이런식으로 벽과 천정은 꾸며져있고

그 방의 컨셉에 맞게 분위기나 색감들이 다르게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바닥은 거의 모두 대리석이었고

대리석의 마모를 방지하기 위해서 인지 레드카펫 같은 것이 깔려져 있었다.





그리고 궁전을 나와서는 Plaza de España 를 향하다가 이름모를 동상을 한장 찍었다.

실제로 스페인 광장으로 알려진 플라자데 에스파냐에서는 플리마켓같은 것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돈키호테가 있는 동상 앞에 도착했던 기억은 나는데 의문스럽게 사진은 남아있지 않았다.

기나긴 여정과 피곤함에 누적되어 사진 찍을 여력이 부족했던 탓일 수도 있다.



그리고는 마드리드에서 가장 번화하고 핫하다는쇼핑 스트리트인

Grand Via 거리를 관통해서 그 동안 여행 중에 봤던 사람들을 다합친 것보다 많은 인파 속을 뚫고

에그타르트를 포함한 먹거리와 간단한 쇼핑을 즐긴 뒤 지도를 통해서 본다면 

마드리드 시내를 크게 한바퀴 돌아서는 숙소에 다시 도착할 수 있었고 짧은 휴식을 취했다.

이 때까지는 몰랐지만, 그 이후에 깨달을 것은 열심히 돌아다는 것보다

그 곳에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에 지긋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해가 질무렵 윈기를 회복해서 다시 밖으로 나섰다.

오전 코스에서 거리가 약간 떨어져 있어서 가보지 못했던 솔 광장을 향해서 걸었다.

한적한 길을 걷는 것과 번화한 도심 속을 걷는 것은 물론 상당히 달랐지만

그 둘 모두 상반된 매력을 내재하고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솔 광장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곰 동상





그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조형물






이후 솔광장 주변을 거닐며 여기저기를 둘러다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상점과 쇼핑몰 그리고 대형마트까지 모두 섭렵한 뒤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숙소 근처는 바로 거대한 마켓이자 관광명소인 산 미겔 마켓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바로 옆에는 마요르 광장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특이한 보카디요를 팔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동그란 모양의 오징어 튀김이 가득들어있는 샌드위치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빵인데

눈으로도 보았고 실제로 맛도 보았는데 그것은 확실한 오징어 튀김이 아닐 수 없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지만 매장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마감시간인 듯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매장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포장해서 갈 것이라 말에 주문할 수 있었다.

사실 오징어 튀김이라는 심증만 있었기에 맛보기로만 샀었는데,

만일 마드리드에 다시간다면 그 저렴한 오징어 튀김이 가득들어 있는 보카디요를 많이 사먹을 것이다.






관광지가 다 그렇듯 먹기 좋고 맛좋은 음식들이 산재해 있는 산미겔 마켓은 이것저것 사먹기가 딱좋지만,

가격이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구경만 하려고 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몇가지를 사먹었다.

아마도 기억속에 파블로는 산미겔마켓에 대해서 눈으로만 보라고 충고했지만 

그래도 관광객은 관광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는 숙소 아래에 위치한 대형마트에 들러서

이제는 더 못먹을지 모르는 아주아주 저렴한 와인과 올리브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와인과 올리브를 먹고는 잠에 들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자 커져가는 아쉬움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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