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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토요일, 흐린 뒤 갬

[D+44] Santiago de Compostela → Vigo → O Porto(AirBnB)


[Bus] Santiago de Compostela → Vigo [CastroMiL, Monbus] 09:10 8.00 EU

[Bus] Vigo → O Porto [ALSA] 13:30 12.00 EU




다시 돌아온 산티에고에서 꿈만 같았던 휴식을 끝내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포르투갈의 항구도시인 

포르투로 떠나는 날이었다.


당시에는 성탄절 휴일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을 염려하여

산티아고에서 성탄절을 보낸 것이지만 지나고 나서 지금 생각해본다면

차라리 묵시아나 포르루에서 성탄절을 보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기는 한다.


포르투로 바로가는 버스도 물론 있었지만, 

한 도시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중간 경유지인 비고를 향하는 버스를 탔다.

미리 터미널에 들러서 예매가 가능한지 확인했으나,

당일 매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해가 채 뜨지 않아서

어둑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서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터미널 대합실을 횡하기 그지 없었다.


정확한 시간이 되어서야 직원들이 하나둘 매표소로 들어섰고

다행히 버스표를 발권할 수 있었고 두리번거리며 승차홈을 찾아갔다.

중년의 한국인 부부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까미노를 걷는 도중에

일행의 부상으로 인하여 바로 버스로 산티아고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하고

이제 막 피니스테라를 가기 위해서 터미널에 와있었다.


반가움도 잠시 제위치에서 기다리는 것은 맞는 것인지

버스가 언제들어오는 것인지 노심초사하며 기다린 끝에 

버스가 도착했고 별다른 문제 없이 탈 수 있었다.

약간 들뜬 기분을 뒤로 한채 아마 긴장감도 수그러들어서 잠에 들었을 것이다.


두어시간 정도 달린 끝에 산티아고에서 꽤나 아래쪽에 위치한 비고에 도착했다.

일단은 내려서 포르투를 향한 버스 승차권을 매표하고는 터미널을 둘러보았다.

보통 버스이긴 하지만 포르투로 가는 버스는 엄연히 국경을 넘는 버스였다.

유로존이라서 여권을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로 발권받은 승차권은 뭔가 달랐다.





기존에 탑승했던 버스들은 대체로 작은 티켓이나 영수증같은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뭔가 항공권티켓같은 느낌이 들정도였다.





관광할만한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도시였지만,

버스를 환승하기 위해서 도착한 도시에서 꽤나 넉넉한 시간이 있었기에 터미널 밖으로 나서보았다.

특별한 기대도 하지않았지만, 일단은 아침 일찍 나오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적당해보이는 카페를 겸하는 바로 들어갔다. 





모르긴 몰라도 꽤나 손님이 많은 곳 같았다.

내가 들어갔을 때 홀은 한가했지만 바에는 사용한 커피잔들이 즐비하게 쌓여있었다.

아무튼 간단한 음료와 함께 저렴하고 맛있는 빵이 유명하다는 포르투로 들어가기 전에

햄버거를 주문했봤는데 실로 놀라운 정도로 크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페인이긴 했지만 남쪽으로 내려왔고 포르투갈과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간식거리로 배를 채우면서 한참을 여유있게 앉아있다가 도시에 난 길을 따라서

크게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은행 그리고 은행 외벽으로 나와있는 ATM 그리고 카페와 상점들을 지나서

터미널로 돌아와서 버스를 기다리며 여행이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지가 아니고 철저하게 그 나라의 문화와 도시 속으로 던져지는 것,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의 건물과 사람들 사이를 걷고 숨쉬고 느끼는 것 말이다.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햇볕 잘드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한잔 마시며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움직이는 차들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무튼 버스를 탔더니 산티아고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몇몇이 보였다.

그들은 보다 여유있게 산티아고에서 포르투로 향하는 직행을 탔던 것이다.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었고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분명히 만족스러웠다.


버스는 꽤나 고속도로 위를 한참 달렸다.

중간중간 멋들어진 풍경도 보였지만, 

대체로 비슷해보이는 스페인 소도시들을 지나다가

포르투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조금은 흥분되었다.


국경을 넘으며 발생하는 시차는 한시간이었고

스페인에서 구매한 유심카드는 통화권을 벗어났다며

로밍을 하는 방법 등에 대한 문자를 보내왔다.

작은 소동이 끝이나고 국경을 지났다는 흥분도 가라앉고 다시 눈을 붙였다.


오후 3시쯤 버스는 포르투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한국인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일단 배낭을 내려놓아야 했지만, AirBnB에서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저녁시간으로 여유가 많았기 때문에 시내를 잠시 둘러볼 생각으로

터미널 근처의 전철을 타러 갔는데 승차권 매표기만 덩그러니 있었다.

대체로 외국인인 관광객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매표기 앞에서

쩔쩔 매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다.


곧이어 내차례가 왔고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도 받긴 했지만, 

발권할 수는 없었다. 동전만 들어가는 매표기는 동전이 이미 가득 차버린듯했고

다른쪽 출입구에 있는 지폐를 이용하는 매표기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그쪽도 상황은 비슷해보였다.


하지만 고군분투 끝에 발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은 상벤투 기차역이 있는 상벤투 역을 향해서 트램에 몸을 싣고 달렸다.

지하에서 나와서 간 곳은 상벤투 기차역으로 포르투 최고의 아줄레주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 내용을 굳이 몰라도 외벽과 내부까지 푸른색 그림이 그려진 하얀타일로 뒤덮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기차역이라기 보다는 건물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에 가깝다는 느끼마져 들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관광객들 감탄과 함께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가 바빠보였다.





이제는 자취를 감추어버렸지만,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기차역이나 공항 등지에서 볼 수 있었던

플랩형식의 시간표는 왠지 모르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표를 끊어서 어딘가로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취했다.





철골구조의 투박함과 동시에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승강장에도 나가보았다.





물론 이날도 안걸은 것은 아니지만, 이전처럼 순례라는 개념의 여행보다는

관광이라는 개념에서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비록 며칠 안되는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말이다.

여행을 계획하던 당시에는 까미노를 걸은 뒤에는 다른 곳을 여행할 의지가 약해질 것이라는

이야기에 괜히 겁먹고 일정을 짧게 잡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다 알차고 시간집약적이고 효율적으로 관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글보다는 사진이 많아지는 시점이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냥 벽에 그린 그림도 아니고 하나하나 타일로 만들어져서 

거대한 그림이 된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포르투에서 첫번째 관광명소에서 한참을 방황했다.





역 밖으로 나서보았다.

오른쪽 골목이 유명한 상점거리였는데 미처 이 날에는 가보지 못하고 다음날에 통과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상점들이 모두닫아서 볼거리가 없었다.

가본 사람의 이야기를 빌려보면 관광객을 포함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발디딜 틈도 없고

구경하기도 힘들었다는 말을 위안삼아본다.





해가 지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포르투의 모습은 어딜봐도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역에서 나와서 왼쪽 편에 나즈막한 언덕을 넘어서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설계를 맡았던 

구스타프의 제자인 테오필 세이리그가 완공시킨 동 루이스 1세 다리로 곧장 걸어갔다.





상판과 하판으로 되어있는데 상판은 사람과 전철인 트램이 함께 통과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높이가 상당했다.

포르투라는 지명은 까미노를 걸으며 지나쳤던 포르투마린이 떠올랐다.

지명도 비슷하지만 도시의 지형도 너무나 흡사해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다리 위까지만 둘러봤기 때문에 다리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다음 날 다리 아래도 건너보고 크루즈도 타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포르투에서 만난 두번째 관광명소는 정말 그 곳과 잘 어울렸고 

그 자체가 포르투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쪽으로는 크루즈 선착장 그리고 건너편으로는 포트 와이너리들이 내려다 보였다.





트램자체도 이색적이지만, 다리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시간 관계상 근처를 지나치기만 했던 교회, 

주변을 전망하기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숙소의 체크인 시간이 다가와서 전철을 타보기로 했다.

RFID 방식인 승차표를 구매한 뒤 충전하는 방식이었다.

어렵지 않게 구매했고 충전한 뒤 탑승할 수 있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통과해서 트램은 들어왔다.





포르투갈로 넘어오면서 WiFi 존이 아니라면 통신두절이라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들어가서

한숨을 돌린 뒤 저녁이 되어서 다시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강가에 전망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려는 심산으로 걸어갔다.

도중에 맛있어보이는 빵집에서 에그타르트와 이것저건 사서 맛을 보았는데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허겁지겁 먹어버려서 사진조차 남아있지 않다.





전망이 좋은 뷰포인트에서 사진도 찍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강가에 이르러서 낮에도 아름다웠지만,

야경을 더욱더 아름다웠다.





강가 옆으로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몇몇 보였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차에 까미노와

산티아고 숙소에서 일전에 만났던 한국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고 강가는 음식의 맛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는 편견을 안고서

누군가의 의견으로 맛집을 찾아서 다시 언덕 위를 향해서 걸었다.

낮에는 보지 못했던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되었던 서점도 지나칠 수 있었는데,

밤이라서 문이 닫혀있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추천 맛집역시 쉬는 날이었다.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전망이 좋은 클레리고스 성당이 뒤로 보이는 

쇼핑과 음식점들이 있는 상점가에서 그들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근처를 배회하다가 직감에 따라서 골목길에 위치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포트 와인과 함께 샐러드 그리고 스테이크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느 몰라도 충분히 맛이 좋았다.

그리고 짧았지만 한참동안을 걸어다녔던 이 날을 포르투 여행은 끝이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엄청나게 많은 포르투 사람들의 행렬을 만날 수가 있었는데

아마도 연말을 맞아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걷기대회같은 것이 진행되고 있었다.


남녀노소 거의 모든 포르투 시민들이 나온듯 정말 많은 인원들이 너도나도

번호표를 달고 걷고 뛰고 하는 모습이 왠지모르게 부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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